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단기적으로 왜 기억이 안날까요?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뒤에 분명 마실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필름이 끊깁니다. 문제는 뒤에 일만 그런것이 아니라 취하기 전에 일까지 기억이 안나는경우가 있습니다.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되려나요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을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술을 드신 후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겪으셨다면요. 그거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역시 20대때, 사람 만나고 다니는것 좋아해서 일주일에 3~4회 술자리를 가지곤 했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정말 한계치까지 마셨었습니다. 그땐 그렇게 노는게 즐거웠었지요.
그런데, 제가 최초로 필름이 끊긴것이 ... 하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난것까진 기억나는데 깨어보니 하늘에 별이 보이더군요.
새벽4시였는데, 그것도 남의 집 장독대에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처음은 충격이었습니다. 아... 이게 필름 끊긴다는 것이구나.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남의 집 장독대까지 와서 자고 있지? 전혀 기억이 나지않았습니다.
여기서 사실 그 문제점을 크게 느끼고 제가 조치를 취했었어야하는데, 그냥 또 일주일 정도 쉬다가 또 술자리에 참석하면서 잊어버리게 되고 대수롭쟎게 생각하게 되면서, 그렇게 큰 필름 끊김은 주의 했지만, 자잘하게 짧게 끊기는 현상들은 그냥 무시했습니다.
저는 원래 주사가 없었습니다. 그냥 술마시다 취하면 자버렸었는데, 어느순간엔가부터...제가 기억도 안나는 채로 누군가와 웃으며 이야기까지 했다는 소릴 들으며 소름이 돋더군요.
제가 기억도 못하는 상태로 이야기했다면, 대체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나왔을까 하는 걱정이 거의 공포수준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것 있쟎습니까? 누군가에게 비밀을 지켜줘야하는 그런 내용을 들었는데, 술먹고 나도 모르게 그걸 발설하는...
서두가 길었는데요. 그런 필름끊김현상을 대수롭쟎게 생각하시면, 그게 점점 습관화가 되고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기억력이 급속도로 감퇴하게 됩니다.
원인은 술속의 알콜이 몸안에서 분해되면서 ALDH라는 숙취의 원인이 되는 성분이 나오게 되는데, 이걸 간에서 분해해서 소변으로 몸밖으로 내보내줘야하는데 간이 처리할 수준이 넘어서면 그게 남아서 여러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중, 뇌에 기억을 저장하는 프로세스를 방해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새로운 기억 자체를 막아버립니다.
기억을 못해낸다는 표현보다, 기억자체를 아예 뇌에 쓴적이 없는겁니다. 그래서 기억해내려해도 기록한적도 없는 기억을 끄집어낼 건덕지가 없는것이지요. 물론 그 막히는 프로세스가 짧게짧게 이루어졌다면, 모르스 부호처럼 중간중간 잘린 기억만 남는것이고요.
그런데, 인간의 몸이란게 참 무서운것이... 한번 그 프로세스가 익숙해지면, 자꾸 그 익숙해진 프로세스로 행동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술을 마시게 되면 그냥 조건반사적으로 필름 끊기는 "익숙한"코스를 찾아 자연스럽게 진행되게 되는데, 그게 결국 알콜중독, 알콜성 치매 환자가 되는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관대합니다.
무언가 실언하고 잘못을 했어도 술먹고 그랬다면 이해해주는 분위기...
이건... 매우 위험한 것이라 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점은 인간 스스로의 이성으로 도덕적 가치판단을 하고 제어할 수 있으며, 불편하거나 잘못된것을 고쳐나가는 발전적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 잘못된 것을 자꾸 주변에서 별것 아닌것처럼 받아주니, 그것을 잘못된것으로 인정 안하고 받아들이게 되는것이지요.
이건 인간 스스로의 존엄성을 스스로 버린것이라 자각하셔야합니다.
뭐 그리 심각하게 구냐고 진지하게 구냐고 하시겠는데요...
제가 원래 움직이는 전화번호부라 불리던 사람입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 다 저장되어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저희 부모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누군가에게 전화 걸려할때 저한테 물어보면 빠르니까 바로바로 저한테 물어보고 전화걸고 그랬을정도로 기억력이 좋았었습니다.
그런데요... 그 좋던 기억력이 20대때 대학 들어가 술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차 퇴화되더니만, 언젠가는 제 서브핸드폰 번호까지도 잊어버리고 못외우는 수준까지 가더군요. 한창 신체 팔팔했던 20대때 말이지요
지금은 완전 술을 끊은 상태이지만, 요새도 곧잘 제가 쓰는 전화번호까지 갑자기 입에서 안나올때가 있어요.
진심어린 충고입니다. 블랙아웃을 절대 대수롭쟎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술 끊은 결정적 이유가 몇개 있지만 그중 하나는, 제가 정말 믿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친구에게만 비밀고민을 이야기 하나 한적이 있습니다. 조언을 구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남들에게는 그리 알리고 싶지않은 일. 그런데, 어느날 그 이야기를 다른 친구가 제게 하는겁니다. 저는 분명 단 한명에게만 이야기했는데말이지요.
나중에 그친구에게 이야기했는데, 자기는 남에게 이야기한 기억이 없다 합니다. 거짓말 하는 친구는 아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친구가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는것을요. 자기가 무슨말 했는지 기억을 못해요.
그결과 그친구와 멀어졌습니다.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같이 나눌수 없는 사이로 인식되다보니 점점 만나기 꺼려지게 되더군요.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세요. 반대로 님이 남에게 이렇게 배제되는 사람이 될수 있다는겁니다. 이게 얼마나 치욕스럽고 슬픈일입니까?
한잔은 괜찮쟎아? 하며 권하는 사람들, 그사람들이 아무도 님이 잘못되었을때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남일 같지 않아 글이 길어졌는데요. 무려 한시간 걸쳐 쓴겁니다. 저와 같은 경험 하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요.
부디 냉정하게 깊게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에서 궁금증 해결해드릴만한 답변을 좀 전해드리자면요.
필름이 끊키는거 자체가 상당히 안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고 하니,
병원에 가보시는 것이 좋을듯 하네요.
아무튼 제가 전해드린 답변이 궁금증 해결하시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