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승현 의사입니다.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녹색으로 된 수술복은 입는 이유는 우리의 눈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은 생각보다 착각을 많이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죠.
어떤 색을 계속 처다보고 있다가 하얀 벽이나 종이로 갑자기 시선을 돌리면 햐안 종이가 아닌 다른 색이 눈 앞에 아른거리던 경험이 있으실텐데, 이런 현상을 보색잔상이라고 합니다. 원래 처다보던 색과 보색이 되는 색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인데요. 수술복 색상이 녹색인 이유도 이런 보색잔상 현상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우리 눈이 색상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눈에 있는 원추세포 덕분입니다. 이 원추세포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각각 적색, 녹색, 청색을 담당해 인식하게 됩니다.
수술실같은 강한 조명이 있는 환경에서 붉은색 피를 오랫동안 처다보게 되면 세가지 원추세포 중에서 적색을 담당하는 원추세포가 빨리 피로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녹색이나 청색을 담당하는 원추세포는 비교적 일을 덜했기 때문에 생생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되죠. 이렇게 한 색상을 오래 보고 있으면 그 색상을 담당하는 원추세포가 다른 원추세포들에 비해 빨리 피로해지기 때문에 보색잔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수술중에 이런 보색잔상이 나타나면 수술하는 의사의 시야와 집중력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보색잔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 복장은 빨강의 보색인 녹색을 주로 입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청색 수술복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두 비슷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