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고 있어요..
콜센터 상담사 일을 하고 있어요. 내부규정상 소속된 곳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커머스 관련 콜센터 상담일을 해요.
그 전에도 CS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고, 흔히 일컫는 진상고객도 겪어봤지만 주로 콜을 응대하는 일을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든, 아니면 홈쇼핑을 이용하든, 하다못해 카드나 휴대폰이든 어디 고객센터로 문의를 할 때 뭔가 궁금하거나 아니면 문의한 게 처리가 안돼서 연락을 주는 건 알거든요. 근데 정말 일면식도 없는 상담사한테 욕을 하고 싶어지나요?
물론 상담사가 말을 잘 하고, 일 처리를 잘 해서 케어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일이 안 풀린다고 해서 얼굴도 모르고 그저 위에서 주는 내부 규정 안 벗어나게(시키는대로 해야 상담사들도 월급 안 까이고, 직장도 안 짤려요) 상담을 하고 있는 걸 대충은 알텐데 참 막말들 심하더라고요. 꼭 쌍욕을 해야 욕이 포함되어있지 않아도 무시하고 짓밟는 말들을 참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어떤 날은 몸이 좋지 않거나, 사적인 일로 마음이 힘들지만 아닌 척 일을 하다가도 그런 무지막지한 말들을 들을 때면 눈물이 왈칵나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그냥 죽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게 해요. 근데 또 어떤 날은 그런 욕 마저 익숙하게 듣고 흘리게 되는 상황이 무서울 때도 있고요.
한 번 화나는 거 풀고나면 당사자들은 나몰라라 그만이겠지만 듣는 사람은 정말 상처받는데...개의치 않더라고요. 그런 막무가내 언어폭력은 남녀노소 불문이고요.
사람들은 대부분 스펙이 딸려서 상담사 일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CS 일을 하면서도 나름 보람을 느끼고 또 뭔가 고충을 해결해줬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고마워할 때 직업적 보람을 느끼고 CS 관련 다양한 공부나 자격증을 따는 일에도 시간을 쏟고 투자를 하는 상담사들이 많아요. 사실 꼭 그렇지 않다해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꼭 필요로하는 인력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직업과 사람들인데 인격적으로 짓잛은 말들을 들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멘탈이 흔들리더라고요.
벌써 이쪽 일을 10년 째 하는데도 이래요. 최근들어 괜찮다, 괜찮다 저 스스로를 다독일 힘도 빠지게 되니 더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우울감마저 듭니다. 저처럼 서비스직이나 상담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멘탈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일부러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챙겨보고 책도 더 많이 보려고하는데 우울감이 점점 심해져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때 뿐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오늘은 또 누가 나에게 욕을 할까, 난 또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할까, 몸이 경직되고 우울감이 온몸을 지배하는 느낌이 들어요.
상담센터나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고 싶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뭘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감정노동에 비해 생각보다 박봉인 직종이라 비용도 무섭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