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종민 과학전문가입니다.
지구 리셋설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지구의 문명이 한 번 이상 사라지고 다시 시작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보다 훨씬 오래전에 고도의 문명이 있었으나 어떤 이유로 멸망하고, 인류가 다시 수렵-채집의 생활로 돌아갔다가 농업을 발명하고 문명을 재건했다는 것이죠.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가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라는 유적입니다. 괴베클리 테페는 튀르키 동남아나톨리아 지역의 산맥 능선 꼭대기에 있는데, 1963년에 처음 발견되었으나 당시에는 비잔틴 시대의 무덤으로 착각되어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1994년에 독일의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가 이 유적을 발굴하기 시작하였고, 그가 발견한 것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괴베클리 테페에서는 거대한 T자 모양의 석회암 기둥들이 원형으로 배치된 구조물들이 여러 개 나타났습니다. 이 기둥들은 높이가 5~6m, 무게가 20t 정도로, 인간의 형태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거나 여러 가지 동물들의 모습을 새겨놓았습니다. 이 구조물들은 기원전 1만년에서 8천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연대 측정되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거석 유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토기도 없었고,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거대하고 복잡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괴베클리 테페의 목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곳이 선사 시대의 신성한 장소였으며, 인간과 동물들의 관계를 상징하는 의식적인 공간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학자들은 이곳이 사회적 혹은 경제적 중심지였으며, 인류가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복잡한 조직과 계급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든, 괴베클리 테페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기를 증명하는 기념비적인 유산입니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지구 리셋설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괴베클리 테페와 같은 유적들을 통해 인류의 과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전부일까요? 아니면 더 오래되고 놀라운 문명들이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