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고분벽화의 예술적인 가치는 어느정도 일까요?
고구려의 고분속에는 지금 그렸다고해도 믿을만한 고분벽화가 그려져 있잖아요. 고구려의 고분벽화의 예술적인 가치는 어느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정준영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고분 벽화는 고대 회화의 제작 과정, 표현 기법과 수준, 안료 및 아교 제조술 등 여러 가지 특징을 잘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고대 사회의 생활 풍속·신앙·종교·사상 등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 역사·문화 자료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무덤 칸에 벽화를 그리는 방법에는 벽이나 천장 면에 직접 그리는 조벽지법(粗壁地法)과 회칠을 하여 벽면을 고른 후 그리는 화장지법(化粧地法)이 있다. 화장지법은 다시 회가 마르기 전에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습지 벽화법[프레스코법]과 회가 마른 후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건지 벽화법[세코법]으로 나뉜다.
조벽지법에 의한 벽화는 매우 선명도(鮮明度)가 높다. 그러나 외부 공기에 노출되거나 습기의 침투를 받으면 안료가 탈색되는 경향이 있어 이미 발굴된 고분 벽화의 경우 보존상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시킨다.
화장지법에 의한 벽화는 그림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흠이 있다. 그러나 안료의 산화(酸化)와 퇴색이 상대적으로 덜하여 오랜 시일이 흘러도 처음의 명도(明度)와 채도(彩度)가 잘 유지되는 편이다. 제1기와 제2기로 분류되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는 대부분 이 습지 벽화법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일부 건지 벽화법으로 그려진 부분도 있다.
한편, 제3기로 분류되는 고구려 고분 벽화는 석면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조벽지법으로 그려져 일부 고분 벽화의 경우에는 아직도 그림 속의 사신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 생생하다.
고분 벽화는 성격상 장의 미술(葬儀美術)에 속하므로 공예화적인 요소를 짙게 지닌다. 때문에 고분 벽화를 그릴 때에는 습지 벽화법의 경우, 먼저 볏짚이나 갈대 따위를 잘게 썰어 넣어 반죽한 진흙을 바른다. 그 위에 다시 생석회와 모래를 짓이겨 만든 회반죽을 1∼3cm 두께로 칠한다.
그 다음에는 모본(模本)에 따라 묵이나 목탄, 먹 바늘 등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채색을 한다. 따라서 밑그림이 어설프거나 그림 주제의 변경이 필요하게 되면, 다시 얇게 회칠을 더한 다음 밑그림을 새로 그리는 경우도 있다.
채색 안료로는 녹청석·군청석·진사(辰砂)·자토(紫土)·황토(黃土), 금과 같은 광물질 가루를 투명성이 높고 점액성이 낮은 특수 아교에 개어 썼다. 색채는 갈색조를 바탕으로 흑색·황색·자색·청색·녹색 등을 자주 써 무덤 칸 내부가 화려하면서도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대 사회의 초기에는 사람이 죽은 뒤에 가는 세상이 현재의 세상과 모든 점에서 같다고 보았다. 때문에 고대에는 지배자들이 현세에서의 신분과 지위를 내세에도 누리기 위해 죽으면서 처첩과 시종, 관리와 무사, 노비를 무덤에 함께 묻게 하였다. 이를 순장(殉葬)이라고 한다.
그러나 죽은 이의 세계에서는 현세의 사람과 물건이 별 쓰임새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무덤 안에는 실물대신 모형(模型)이 묻히거나, 더 나아가 생전의 영광을 기리고, 누리고 싶은 내세의 삶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 삼국시대의 경우, 신라와 가야에서는 모형을 껴묻는 습속이 오랫동안 지속된 반면, 고구려에서는 일찍부터 무덤 칸 안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행하였다.
현재까지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이른 시기의 고분 벽화는 2세기 말경에 만들어진 평양의 낙랑(樂浪) 채협총(彩篋塚)벽화이다. 한(漢) 낙랑군 관리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채협총의 앞칸 서벽(西壁)에서는 사냥 그림의 일부로 보이는 기마 인물 2인과 도보 인물 1인의 그림이 발견되었다.
이 채협총벽화는 중국 한대(漢代)에 무덤 칸을 화상석(畫像石)이나 화상전(畫像塼), 혹은 벽화로 장식하고 관(棺) 표면에 각종 그림을 그리며 죽은 이를 백화(帛畫)로 덮는 것이 크게 성행한 것과 맥이 닿는 유적이다.
채협총벽화가 중국 한대에 유행하던 무덤 장식 습속이 한반도에서 재현된 것이라면, 삼국과 가야의 고분 벽화는 한국 고대 사회의 주인공들이 직접 남긴 유적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 90여 기 가량이 발견된 삼국시대의 벽화 고분 가운데에는 고구려(평양·안악 지역 68기, 집안·환인 지역 23기)의 것이 가장 많다. 고구려에서는 벽화 고분이 대략 3세기 말이래 7세기까지 지속적으로 만들어졌고 벽화의 내용과 구성 방식, 표현 기법, 분위기 등도 시기에 따라 바뀐다.
삼국시대 고분 벽화의 주제로는 보통 생활 풍속·장식 무늬·사신(四神) 등이 선택된다. 생활 풍속을 주제로 한 고분 벽화에는 주로 묻힌 자의 살아 있을 때의 생활 가운데 기념할 만한 것과 풍요로운 생활 모습을 그린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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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 벽화는 고대 회화의 제작 과정, 표현 기법과 수준, 안료 및 아교 제조술 등 여러 가지 특징을 보여주며 고대 사회의 생활풍속, 신앙, 종교, 사상 등을 생생하게 담아내 역사, 문화 자료로서도 높은 가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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