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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이 죽어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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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구글 검색이 예전만하지 못하다 혹은 알고리즘이 이상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필자가 2022년 2월에 한국에서는 먼저 선점하고 썼던 주제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그때 글을 다듬고 또 나의 최근 생각을 덧붙인다.

우선 당시 영미권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었던 글

당시 작성했던 글:


소셜미디어 서비스별 관심도.

자료: Chartr.co / Google Trends

위 차트를 보면 구글 트렌드에서 레딧틱톡이 유일하게 지금껏 인기도가 높아지는것을 알 수 있다. '힙'하다고 생각했던 인스타그램 마저 최근 들어서는 꺾이는 모습을 관찰하는것도 가능하다.

특히, 구글 검색의 퀄리티가 매우 낮아졌다는 증거로서, 사람들이 구글에서 검색할 때 “뉴욕에서 가볼만한 여행지” 대신 “뉴욕에서 가볼만한 여행지 레딧" 이라는 검색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레딧의 검색엔진이 아직까지 제역할을 하고있지 못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레딧의 결과물 선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필자도 이 글을 읽고 나서야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검색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구나"를 깨달았다.

레딧은 미국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게시판을 결성하고 의견 (혹은 자료)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게시판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디시인사이드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레딧에게 이는 상당히 모욕적인 언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구글 검색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AI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어에 적합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것을 넘어서 그 사용자가 클릭할만한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검색엔진으로 진화했다. 예를들어,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 A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후보 A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검색결과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객관성이다. 같은 검색에서 나와 너의 검색결과가 항상 다르게 나온다면, 그게 신뢰할만한 검색결과라 볼 수 있을까? 검색을 하는 이유중 하나는 나의 편향 (bias)을 최소화하기 위함 (업무용, 혹은 과제용)인데 말이다.

두번째는 광고다. 사용자의 검색 경험보다 광고주의 실적을 우선시하면서, 검색결과의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게 문제이다. 수익창출을 위해서 광고를 노출하는건 당연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나빠지면 장기간에 걸쳐 이탈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Currently, the predominant business model for commercial search engines is advertising. The goals of the advertising business model do not always correspond to providing quality search to users…we expect that advertising funded search engines will be inherently biased towards the advertisers and away from the needs of the consumers…Furthermore, advertising income often provides an incentive to provide poor quality search results.”
“현재 상업용 검색엔진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입니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의 목표는 유저들에게 높은 수준의 검색결과를 제공하는것에 초점을 두고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광고로 운영되는 검색엔진들이 필연적으로 광고주들에게 집중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는 차선에 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광고비는 종종 검색엔진들에게 하여금 더 낮은수준의 검색결과를 보여주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Sergey Brin 와 Lawrence Page (1998)

상당히 인상적인건 알파벳(Nasdaq: GOOG)의 공동창업자 Sergey Brin과 Larry Page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미 이러한 문제를 20년전 부터 예상했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구글을 창업할 때 검색 엔진들이 광고로 인해 사용자들이 원하지 않는 정보를 끼워넣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이 나빠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개발한 그 당시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타 검색엔진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사용자들이 높은 정확도로 원하는 정보를 탐색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런 검색결과에 똑같이 광고를 조금 끼워 넣더라도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구글 또한 지난 수십년간 검색이라는 제품에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한(알파벳 매출의 75% 가량이 광고 매출이고, 그 중 75% 정도가 구글 검색에서 파생된다) 사업을 영위해왔기 때문에, 글 시작전에 적어놓은 "모든 플랫폼은 오로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태어나 그렇지 않은것들의 비중을 점점 늘려가면서 죽어간다"라는 (내가 만든)명제에 해당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이란 미시적으로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투하 자본대비 이익률(ROE)을 극대화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영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전자가 훨씬 더 중요하지만, 우리가 기업을 평가할 때 쓰는 객관적이라 평가받는 '회계'라는 도구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애주기의 후반에 들어서면서 후자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정착된다. 나 또한 기업을 평가할 때 회계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회계적으로만 기업을 평가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는 단언컨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최근의 삼성전자 이슈가 그렇듯이, 재무쟁이가 회사를 장악하면 망조가 들었다고 하는말이 괜히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코 기업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회계의 한계에 대한 푸념은 여기까지 하고,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의(미국) 기업으로서 알파벳(구글)은 ROE를 극대화하는 기로에 서있다. 이는 구글이라는 제품의 본질적이며 의도적인 경쟁력 저하를 의미하고, 이를 용인함으로서 만든 구멍에 신규 플레이어들이 재미있는 시도와 변화들을 채워넣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죽음은 이미 시작되었을수도 있다. 최고경영진이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가 굉장히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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