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거부를 치료하려면 외출해서 병원을 가야할텐데 방법이 있을까요.
외출 싫어하는 광장공포증,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아버지는 50대 후반 남성이고 과민성대장 증후군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으로 인한 광장공포 때문에 외출 및 병원방문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자식들도 모두 유전인지 장이 안좋지만 아버지만큼은 아니에요.
시도때도없이, 자다가도 화장실을 2시간 간격으로 들락날락 거립니다. 가스형 혹은 설사형이고 먹는게 없어야 그나마 덜합니다. 먹으면 뭘먹든지 식후 20분내로 설사하고, 스트레스받거나 화장실에 신경을 쓸수록 더 자주 화장실에 가며 치질도 앓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생각만해도 배가 아파지는지 가족구성원이 화장실을 사용할때 얼른 나오라고 재촉하기 일쑤입니다. 가스형인것 같은데 방귀가 너무 자주 마려우니 남들 신경쓰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방귀에 변이 섞여 나오기도 해서 속옷에 묻은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방귀만 마려워도 바로 변기를 찾아 앉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화장실이 불편해서 가능하면 집 화장실을 선호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장실 찾기 힘든 고속도로 운전도 힘들고, 휴지가 없을지도, 화장실이 없을지도 모르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은 전부 피하며 대중교통은 아예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는 집앞 쓰레기장 분리수거, 집앞 편의점 혹은 슈퍼만 겨우 갑니다. 모든 곳을 가능하면 차로 이동하고 주차가 오래걸리거나 복잡한곳은 아예 안갑니다. 사람이 많거나 밀집되고, 줄을 오래 서야하는 장소 전부 피하구요. 식당에 있는 화장실도 오래 편하게 쓰고 싶은데 다른 손님들 들락거리거나 똑똑 두드릴까 무서워 식사 마치고 얼른 집에 가려고 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업에도 제약이 있어 일이 있거나 장거리 출장이라도 있는 날엔 물을 포함해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해서 일을 하러가니 다행이지만 일 외에 운동, 산책, 장보기, 문화생활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우울증도 자주 생기고, 결국 세로토닌 문제 같아서 걷기가 많은 도움이 되니 집앞 공원에 15분이라도 나가 해를 쬐어야 장에서 세로토닌도 생성되고 그래야 외출시 화장실 문제를 걱정하는 불안이 줄어든다. 라고 말해봐도 소용이 없어요.
산책도 꺼리는데 병원은 오죽할까요. 병원이 돈벌려고 과잉 진료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소위 대학나왔다는 의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상황이 싫고, 큰병(암이나, 교통사고)아닌 이상 가서 약타먹어봐야 내성생기고 버릇된다, 의존성 생긴다 라며 민간요법에 기대십니다.
그러면서도 장이 낫길 바라시는지 유산균제품 드리면 드시긴 합니다. 장을 고치러 내과에도 가지 않는데 그 자존심에 치질 고치러 항문외과는 당연히 안가시고, 정신과는 더더욱 꺼리십니다. 장만 고쳐지면 다 해결된다 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예민한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쉽게 받아 장이 아프고 그런 장때문에 또 스트레스 받아 더 아파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심지어 실비보험이 있는데도 안가세요. 그냥 병원 이야기만 나오면 날세우고 싫어해요..
가족들이 외출이나 병원 권유하면 무조건 버럭 화내면서도 항상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연을 직접 만끽하고싶어합니다. 대체로 온화하신데, 외출(특히병원)은 무조건 화내셔요. 나중에 진지하게 여쭤봤더니 큰병일까봐도 무섭고 돈도 무섭고 주사나 수술같이 아픈거 할까봐도 무서워라 하신답니다. 백신도 잘 안맞으세요. 건강검진 당연히 안하시고 자식이 죽는 시늉하고 아내가 불같이 화내도 소용 없습니다.
닥터나우 같은 정신과 비대면 치료를 권해볼까, 정신과 왕진 의사를 불러볼까 싶어도 결국 본인이 ok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TV보면 집밖에 절대 안나가는 개를 밖에 나가게 만드는 강형욱이 너무 그림의 떡같습니다. 사람 문제행동에 개훈련사를 부를수도 없는 노릇이고, 병원혹은 외출 주제만 안꺼내면 가족 구성원 중에서는 그나마 주로 저랑 이야기 원활하게 하십니다.
낫게 해드리고 싶어도 병원에, 집밖에 나가도록 할 방법이 없어요. 인지행동치료 라는게 있던데 이걸 일단은 제가 의사 대신 노력해서 집 밖에 나가시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호전시켜서 꼭 누가 곁에 있어야 외출하고 병원가겠다 할지라도 다 좋으니 그냥 병원, 외출 주제로 이야기할때 더이상 날 안세우시고 날 좋으면 집 밖에 마실 나가고 노트북들고 카페가서 작업도 하시고, 대중교통도 타고 등산도 가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민혁 의사입니다.
이런 상황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가족이 시도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점진적 노출: 집 주변 짧은 산책부터 시작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갑니다.
이완 기법 교육: 호흡법이나 명상 등을 함께 배워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긍정적 강화: 작은 성공에도 큰 칭찬과 보상을 해주세요.
가족 교육: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공포증에 대해 가족들이 함께 공부하며 이해를 높입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정의학과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해소되셨길 바라며, 도움이 되셨다면 '별 5개'로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