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고춧가루를 쓰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부터 일까요?

2020. 07. 05. 12:54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김치를 담글때 들어가는 속재료가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그 지역 특성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다른데,그래도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중 대표로 뽑으라고 하면 단연 고춧가루라고 말할수있는데 이 고추가루를 김치에 넣어서 먹기 시작한 시기는 어제부터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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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임진왜란 이후 고추가 도입되면서 음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우리 민족은 원래 열이 많고 매운 음식을 애호했다. 겨자, 후추 등 자극성 강한 향신료를 즐겨 써왔는데, 고추 가 도입되면서 이들을 대신하게 됐다. 소금물에만 담그거나 천초, 회향 등의 향신료에만 의 지했던 김치 절임에도 고추를 첨가하게 됐다. 고추를 사용함으로써 김치의 부패를 방지하고 소금의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경험하면서,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수십 종의 김치가 생겨 난 것이다. 그러나 고추를 양념으로 사용한 김치가 나온 것은 고추 도입 당시가 아닌, 훨씬 후의 일이다. 이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담근 붉지 않은 김치들이 주를 이루었다.

조선 중종 20년(1525년)에 간행된 <간이벽온방(簡易僻瘟方)>에 '박딤최'라는 것이 나오는데, 한자(漢字)와 함께 쓰인 원문으로, “쉰 무수나 박팀칫구글집 안해 얼운이며 아회돌히 다 하 나 져그나머그라”라고 돼 있다. 순무, 나박 김치의 국물을 어른 아이 대소 간에 모두 마시 라는 뜻이다. '나박 김치'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데, 순무 김치가 동치미형과 나박 김치형으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치이미지

1665년 신속이 엮은 <농가집성(農家集成)>에 '사시찬 요초(四時饌饒草)' 라는 월령식 농서가 들어 있는데, '침과저(沈瓜菹)'와 '침즙저(沈汁菹)'의 기록이 나와 있다.
침즙저는 가지, 장과 밀기울을 섞어 뜨거운 마분(馬 糞)에 달포 가량 묻어두었다가 먹는 것으로, 오늘날의 간장지 에 해당된다. 간장에 담근 가지 장아찌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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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 경의 <음식디미방>은 안동 장씨가 지은 한글 요리서로, <규호시의방(閨壺是議方) 이라고도 한다.
동아를 절여 담그는 소금절이 김치나, 산갓을 단지에 담아 따뜻한 물을 부은 후 뜨거운 구들에 놓아 삭히는 김치가 나와 있다. 이는 '무염침채(無鹽沈菜)'로서, 소금없이 채소 자체를 삭혀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생치침채법(生雉沈菜法)'은, 절인 오이의 껍질을 벗 기고 채를 썰어 찬물에 우린 다음, 삶은 꿩고기를 오이처럼 썰어 소금간을 한 따뜻한 물에 함께 넣어 나박 김치처럼 삭혀서 먹는 것이다. 채소에 어육류를 섞어 담근 김치의 자취가 보인다. '생치짠지히', '생치지히' 등도 오이 절임을 재료로 해서 꿩고기와 함께 기름에 볶아 간장 조미한 것이다. 그외 산갓 김치, 나박 김치류가 소개됐다. 1715년경 홍만선(洪萬選)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치선(治膳)’조에 김치류를 소 개했다. 대부분 고추를 넣지 않고 소금, 식초에 절이거나 향신료와 섞어 만든 것이다. '자 (蔗)' 만드는 법 다섯 가지를 소개했는데, <석명>에는 '자'가 '저(菹)'의 일종으로 소금과 쌀로 물고기를 삭혀서 먹는 것’이라 했다.

오늘날의 생선 식해와 비슷한 것이다. <산림경제 에서는 김치 담그는 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소금을 적게 넣는 '담저법(淡菹法)'과 짜 게 담그는 '함저법(鹹菹法)'으로, 배추 김치나 동치미, 오이 소박이와 오이 짠지까지를 분류 했다. 배추 김치는 담저법에 속하며, 오이는 짠지류와 양념속을 넣은 소박이류 두 가지로 분 류했다. 나박 김치는 동치미류이고, 무지는 양념을 넣은 것으로 나와 있다. 양념을 넣은 무 지는 애호박, 호박순과 줄기까지 섞어 담갔는데, 호박이 고추와 함께 김치에 쓰인 흔적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동치미, 배추 김치, 용인 오이지, 겨울가지 김치, 전복 김치, 굴 김치 등이 보인다.

<증보산림경제>는 1766년경 영조 때 유학자 유중임이 쓴 책으로, 홍만선(1643 ∼ 1715)이 쓴 <산림경제>를 증보한 것이다. 별도의 김치류 항목은 없으나, 원예작물 재배법에 관한 '치포조(治圃條)'의 '채명(菜名)'에 각 채소의 재배법과 이용법을 소개하면서 속방(俗方)이라 하여 저(菹)를 소개했다. 속방으로 소개된 김치류는 대부분 현재에도 맥락이 이어지는 것으 로, 18세기 중엽쯤에 현재의 김치류가 자리잡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추와 고춧가루를 김치의 양념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놓았다. 또 마늘, 파, 부추 등이 중국처 럼 김치의 주재료가 아닌 양념으로 쓰였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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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년 서유구가 지은 <임원십육지>에서는 김치의 종류를 크게 '엄장채(掩藏菜)', '자채(蔗 菜)', '제채 (醍菜)', '저채(菹菜, 沈菜)' 네 가지로 나누었다. 엄장채는 소금, 술지게미, 향신료 등에 채소를 쟁여 주로 겨울철에 장기간 저장하는 것이다.
자채와 저채는 비슷한데, 자채는 소금과 쌀로 발효시킨 것이고, 저채는 젓갈, 장, 생강, 마늘, 식초 등 짜고 시고 매운 맛을 조화시킨 절임류다.

엄장채, 자채, 제채가 다 '저'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독특하게 개발 된 종류의 '저'를 특히 '저채'라고 했다. 이를 굳이 구별하자면 저채는 발효시킨 뒤 그냥 먹는 것이고, 엄장채류는 물에 씻어 2차 가공을 하거나 조리 식품의 재료로 쓴다는 것이다. 또 제채는 잘게 썰어 담근 것이고, 저채는 채소를 통째 발효시켜 오랜 기간 보존하는 저장 김 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 김치의 주종을 이룬 것은 역시 저채며, 다른 것은 '잡종저류'로 보조적인 존재다.

<경도잡지(京都雜志)>는 1700년대 말엽 유득태가 지은 세시풍속 책이다. “새우젓을 끓인 국물에 무, 배추, 마늘, 고춧가루, 소라, 전복, 조기 등을 섞어 버무려 겨울을 묵힌 것으로, '맛이 몹시 맵다”고 설명한 '잡저(雜菹)'류의 섞박지를 당시 서울 사람들이 먹었음을 알 수 있다.

<규합총서>는 빙허각 이씨(1759 ∼ 1824)가 지은 한글로 된 가정백과전서다. 밥, 반찬 만 드는 방법을 설명한 '치선조(治膳條)'에 김치 열 가지를 소개했다. 김치를 밥 반찬의 으뜸으 로 여겨, 실생활에서의 김치 기능을 정확히 언급했다. 무, 배추, 마늘, 고추, 소라, 전복, 조기 를 버무려 담근 잡저(雜菹), '동아섞박지'를 소개했는데, 이로써 1815년 경에는 젓갈과 고추 가 김치의 주요 양념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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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는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가 19세기 초 경기도 동부 지역의 농가에서 살펴야 하는 일들을 월령식으로 적은 것이다. '시월령'에 김장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鹽淡)을 맞게 하소 /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1849년 홍석모가 편찬한 것으로 당시 서울의 김장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데, 10월경의 김치 담그기를 ‘침저(沈菹)’라 해 국민에게 널리 보급했는데, 여름의 장 담그기와 더불어 국민생활의 2대 중요 행사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1934년 방신 영(方信榮)이 지은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방법에 대해 현대식 조리 용어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에서 '속방'으로 소개됐던 김치가 비로 소 완전 본류의 음식으로 다뤄진 것이다.

우리 김치류에 대해 상고시대로부터 삼국과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대강 을 살펴보았다. 고려시대 후반에서야 처음으로 김치에 관련된 문헌을 볼 수 있어, 고대의 김 치 발달사적은 확실히 규명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국 문헌인 <후주서(後周書)> 등에서 “백 제와 신라 때 오곡과채나 주례(酒醴, 술과 감주)의 생산이 중국과 같다”라는 기록을 볼 때, 삼국시대에 이미 김치류의 제조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이 시대는 중국과의 교류가 성했던 때라 <제민요술>에 나오는 과채들도 모두 있었을 것이다. 채소류를 절이는 방법도 중국의 것과 비슷했을 것이며, 아직 외래재배 채소류가 도입되기 전이라 주로 산채류와 야 생채류를 이용해 김치를 담갔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우리 김치의 형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외래채소들, 특히 결구배추 가 도입 재배돼 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종래의 산채나 야생초를 곁들여 절이는 개량절임인 혼합김치, 섞박지, 별미김치, 또 외래 재배채소를 주재료로 한 통배추 절임 등이 자연적으로 젖산발효를 유도하게 됐으며, 여기에 갖은 향신제나 어패류의 발효액즙인 젓갈, 생선과 육류까지를 첨가해 뛰어난 효능을 경험함으로써, 김치는 차츰 오늘날의 고유한 모습 으로 개발되어온 것이다.

2020. 07. 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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