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준영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1917년 『매일신보』에 연재된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은 그 표현형태나 내용으로 볼 때 최초의 소설로서 평가된다. 낡았지만 위력을 지닌 구 도덕과 새로운 도덕관의 마찰현상을 보여주는 가운데, 이전의 신소설 등에서 관념적으로 제기되었던 새로운 윤리관이나 애정관의 모색과 개인주의의 확장 및 인도주의적인 민족애와 새로운 문명에의 열망을 결구력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신소설 등이 지니고 있는 교훈주의적인 문학관이 전연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이 사회변화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사회화하며, 개성적인 자아와 의식의 독립화에 눈떠 가는가를 구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신소설의 관념적인 면과 문학적인 미숙성을 극복하여 소설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무정」의 문학사적인 의의는 자못 큰 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이형식과 박영채의 기구한 사랑과 운명을 다룬 것이다. 영채를 통하여 부권적인 유교윤리에 절대 순종해야 하는 여인의 희생과 그로부터의 개체적인 자각을 다루고 있으며, 이형식을 통하여 감정구조의 이중성을 보이면서도 낡은 의식으로부터의 탈피와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을 제시하고 있다. 이광수는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최남선(崔南善)과 함께 우리 나라 현대문학 초기의 선구적인 개척자이다. 그의 작품으로는 단편 「소년의비애」 · 「어린벗에게」를 비롯하여 장편 「어린 희생」 · 「무정」 · 「마의태자」 · 「단종애사」 · 「흙」 · 「유정(有情)」 · 「그 여자의 일생」 등과 그 밖에 많은 작품과 수필 · 논설 등이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