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송종민 과학전문가입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는 상록수들도 나름대로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는 현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말이지요. 바늘 모양으로 뾰족하고 가느다란 잎을 만드는 침엽 상록수는 잎의 바깥과의 접촉면적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그런 모양을 고안해 낸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활엽 상록수들은 어떤 수단을 강구할까요. 그렇습니다. 이 나무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무들보다 잎을 두텁게 만드는 경향이 있고 거기다가 그 잎 표면에 기름 막을 만들어서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활엽 상록수들의 잎이 대부분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은 그런 연유입니다. 동백나무와 사철나무 잎을 떠올려 보시면 되겠지요.
이렇게 과학 공부만으로 끝나려고 하니 조금 섭섭해서, 이 시기에 주목할 만 한 두 나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양은 비슷한데 하나는 낙엽수, 하나는 상록수입니다.
침엽수이긴 한데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들 중에서 지난주에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을 소개했는데 이 나무들이 독특한 새 깃털 모양의 잎을 가진 것과는 달리 이번에 소개하려는 나무는 잎이 참으로 소나무 잎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소나무 같은데 잎을 떨군다고 落葉松이라는 이름을 얻었지요. 어느 분은 그래서 이 나무를 영어로 ‘oxy-moron’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십니다. 소나무인데 잎을 다 떨구어 버리니 이율배반적인 녀석이란 뜻이지요. 순수 우리말 이름은 이깔나무입니다. 실은 이 이름도 잎을 간다고 잎갈나무라고 부르다가 발음 나는 대로 이렇게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 녀석은 잎이 소나무 잎 나듯이 다발로 모여서 납니다. 그래서 소나무로 속기 십상이지요. 잎의 길이가 조금 짧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매우 작은 크기의 솔방울을 매답니다. 그 모습도 약간 앙증스러워서 보기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