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이 어떤 느낌인지 압니다. 저도 한동안은 이유 없이 모든 게 멀게 느껴지고,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던 시기가 있었어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색이 빠진 것처럼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어요. “왜 이러지? 나 왜 이렇게 됐지?” 하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제가 게을러진 게 아니라, 오래 쌓인 피로와 감정이 한꺼번에 바닥을 치고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의욕이 안 생기는 건 마음이 고장 난 게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신호에 가깝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지” 대신 “일단 버티는 나를 인정하자”로 바꿨습니다. 목표를 줄이고, 하루를 잘 보내는 게 아니라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으로 기준을 낮췄어요. 신기하게도 그랬더니 조금씩 숨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 상태가 영원할 것 같지만, 사람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파도처럼 움직입니다. 다만 너무 오래, 몇 달 이상 계속되고 잠, 식욕, 집중력까지 크게 무너진다면 혼자 버티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충분히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잠깐 지치는 시기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저는 그 말 안에 이미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고 느껴졌어요. 완전히 꺼진 사람은 그런 바람조차 잘 안 떠오르거든요.
지금은 거창한 변화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재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감각을 먼저 살려보세요. 햇빛 10분, 산책 5분처럼 아주 작은 자극부터요. 의욕은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움직임 뒤에서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전처럼 내일이 기대되던 때가 있었다는 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멀어진 것일 수 있어요. 지금은 버티는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버티는 것도 이미 살아내고 있는 겁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