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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피임에 관한 재미있는 속설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주창한 피임법으로 이 비기(秘技)의 요체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 정액을 몸 밖으로 쏟아내는 것. 히포크라테스는 남성들에게 섹스 후 발꿈치가 엉덩이에 닿도록 팔짝팔짝 뛰라고 권했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이슬람의 의사 소라누스는 성교 후 여성이 재채기를 하면 정자가 자궁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성이 무릎을 굽혀 몸을 움츠리는 자세를 취한 뒤 재채기를 하면 정액이 몸 밖으로 잘 나간다는 것. 그로부터 900년이 지난 9세기경 이슬람의 의사 라지는 이에 더해 좀더 확실한 피임을 위해서는 재채기를 여러 번 한 후에 코방귀를 뀌고 고함을 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슬람의 피임법은 알베루트 마그누스란 사람에 의해 유럽에 전해지는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여성이 성교 뒤에 뛰어다니며 정액을 몸 밖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행위를 맹비난했다. 피임 자체를 금지했던 14세기 유럽 교회로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그들이 이슬람이나 고대 희랍의 피임법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7세기에 이르면 피임 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이 더욱 가속화돼 칼 베버는 그의 저서 ‘아리스토텔레스 명작 전집’에서 임신을 원한다면 성교 뒤에 기침, 재채기, 심한 운동을 삼가라고 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기침, 재채기, 격렬한 운동을 통한 피임법에 얼마나 많이 의지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출처: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