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향수나 방향제가 공기 중에 퍼질 때 어떤 향은 금방 사라지고, 어떤 향은 오래 남는 이유는 성분을 이루는 분자의 물리적 성질 차이에 있습니다. 작은 분자일수록 증기압이 높아 쉽게 증발하고, 공기 중에 빠르게 퍼져서 강한 첫 향을 만들어내지만 곧 사라집니다. 우리가 향수를 뿌렸을 때 처음 느껴지는 상큼한 과일 향이나 가벼운 꽃 향이 바로 이런 성질을 가진 분자들입니다.
반대로 분자량이 크고 끓는점이 높은 성분은 증발 속도가 느려서 공기 중에 오래 머무릅니다. 이런 분자들은 피부나 옷감에 잘 흡착되기도 하여 몇 시간 이상 잔향으로 남습니다. 머스크, 바닐라, 우디 계열의 향이 대표적인 예로, 향수의 깊고 오래가는 인상을 만들어줍니다.
향수는 이러한 성질을 활용해 시간에 따라 향이 변하도록 설계됩니다. 처음에는 휘발성이 높은 성분이 빠르게 퍼져 강렬한 첫 인상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중간 정도의 분자가 서서히 증발해 향의 중심을 형성하며, 마지막에는 휘발성이 낮은 큰 분자가 남아 은은한 잔향을 이어갑니다. 결국 향이 오래 남느냐 금방 사라지느냐는 분자의 크기와 휘발성, 그리고 피부나 섬유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