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올해 중3 올라가는데요, 진로를 정하지 못하겠어요 중1까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나름의 자신도 있었는데 점점 자신감도 사라져가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미술학원도 끊어서 지금 안다니는데 그림 쪽으로 가려면 다녀야하는지 궁금합니다 방학 동안 엄마도 진로를 정해보라는데 진짜 뭐가 되고 싶은 건지 생각이 많아요 고등학교 가기 전에 확실하게 정해두는 게 좋겠죠? 제가 생각하기로 저는 잘하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진오 정하기가 너무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희수남친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초까지 특목고를 가려고 하다가 중 3 중반쯤부터 펜싱을 시작해서 단기간에 아마추어 탑을 찍었었어요 6개월만에 부산시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비록 사설 학원이었지만 코치님의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았습니다 그렇게 제 소문은 학교까지 쫙 퍼졌고 선 후배 선생님들 모두 저한테 사인 해달라 뭐 그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펜싱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참고로 공부를 놓은것도 아니었어요 전교 8등으로 졸업했으니까 확실한 미래인 특목고보다, 내 꿈인 펜싱이란 도박을 한거죠
그렇게 대망의 입단 테스트 날!!! 저는 학교 주장을 이겼습니다!!! 하지만 학교 코치님의 말은 "신입생이 너무 잘하면 애들 기강이 안 잡혀서 안 돼 미안하다" 말 그대로 너무 잘해서 떨어졌단 말이었어요 그때 느꼈습니다. 세상이 정말 쓰단거 그렇게 악을 쓰며 원래 다니던 펜싱장에서라도 성장해서 니들을 밟아주겠다 라는 생각으로 노력했지만 그 해 5월 저는 코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수술과 입원을 거쳐 4달을 쉬었습니다, 복귀전을 치뤘을 때 저는 여전히 무패의 성적을 냈지만 저 자신이 느꼈습니다. '나 예전같지 않구나..' 점점 실점이 늘어나고 두려웠습니다
전 그렇게 펜싱계를 떠났습니다 그 후 전 계속해서 방황했습니다 폐인처럼 매일 11시간씩 게임만 했습니다 밥먹고 자고 게임하는 것 외에 하는거라곤 유일하게 남아있는 여자친구와 가끔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집이 부유합니다 아버지가 회사 ceo시니까요 그래서 그런가 여자친구는 공부에 뜻이 없고 원하는 걸 하며 살고싶어했습니다 근데 여자친구가 저를 보고 자기 스스로 생에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 일상을 되찾아주고 싶다 이게 여자친구의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때도 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일 집에 들어가 제가 아끼던, 제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던 펜싱칼을 손떼가 묻은 사포와 기름기가 묻은 헝겊으로 닦아댔습니다 이제 다신 쓸 일이 없단걸 알면서도 말이죠, 그렇게 전 여자친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더, 더 망가져갔습니다 하지만 하루는 여자친구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부 안 해도 돼, 내가 할게 내가 너 책임질게 근데, 하나만 약속해 꼭 행복해주라 어떤 방법이든" 이게 여자친구가 저한테 해준 말이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런 애 놔두고 뭘 하고있는거지..?' 예전처럼 깔끔해진 모습으로 학원을 알아보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균형이 망가진 몸도 신경쓰였지만 그것도 여자친구가 같이 해주겠다며 저와 운동을 같이 해줬습니다 그렇게 전 2개월도 되지않아 전교 꼴지권이던 성적이 모고 올 1등급으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전 매일 제 펜싱칼을 닦지 않습니다 가끔 꺼내봅니다 내 모든 흔적이 묻어있는 펜싱투구 펜싱복 펜싱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치님이 직접 박아주셨던 그 어느 곳보다 자랑스러운 내 보금자리였던 우리 펜싱클럽의 로고가 박혀있는 내 도복 돌아보면 저는 제 진로고민을 극복해줄 사람이 옆에 있어줬고 그 결과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습니다
진로가 고민되고 걱정되고 힘들지만 질문자님 우린 아직 어려요 포기해도, 실패해도 돼요 우리에게 그건 실패, 포기가 아닌 발판이고 거름입니다 물론 혼자하긴 힘들겠지만 우리 한 번 주변을 둘러봐요 제 여자친구처럼, 제 코치님처럼 그리고 나 자신처럼 흔들릴 때 자신을 믿고 따라줄 그런 사람이 있을겁니다 그리고 우리 나중에 지금을 생각할 때 "그래 나 그때 진짜 최선을 다했다" 이 말을 크게 외칠 수 있을만큼 합시다. 펜싱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으며 생각했습니다 '학교가 날 못 데려간게 멍청한거지 난 열심히, 그리고 정말 잘 했다' 아직도 제 코치님과는 연락하며 지냅니다 가끔 예전에 다니시던 분들이 남아있단 말에 경기를 뛰러도 갑니다 예전만큼 다 이기지도, 몸이 날렵하지도 못하지만 져도 웃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질문자님 엄청 괴롭고 외롭죠? 인생은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해집니다
지금 편하자고 노력 안 하고 고민 안 하면 그건 껌같은 인생일겁니다, 몇 번 씹으면 금방 단물이 빠져버리는 그런 껌 말이죠, 질문자님은 지금 성장중이고 올바른 길을 걷고있습니다 그 누구든 좋으니 항상 옆에 있어줄, 날 지탱해줄, 자기 자신보다 날 더 챙겨줄 사람을 찾아서 함께 얘기 나눠보세요
긴 글 읽는다고 고생했어요 고민되면 저도 같이 들어줄게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고 아프지 말아요 :)
안녕하세요. 매우궁그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림그리기는 ai때문에 직업으로서는 앞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취미로만 하시고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걸 추천드려요
안녕하세요. 도로밍입니다.
진로를 정해두어야 진로활동이나 공부하면서 학과에 맞춰 대학을 준비할 수 있어 유리하기는 합니다. 다만, 공부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학과나 진로를 찾는 목적이기도 해요. 남은 중학교 생활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또 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게 생길 수도 있고요. 그러니 지금 꼭 진로를 정해야 한다고 무리하게 생각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또 정한다고 해도 공부하면서, 또 살아가면서 진로는 변하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