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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잉어191
알뜰한잉어19123.04.12

성덕대왕종인 에밀레종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성덕대왕종인 에밀레종에 애기가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어서요...이게 사실인가요? 사실이 아니면 이런 이야기는 왜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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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의 개수
2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즐거운 나날입니다.

    에밀레종 설화는 어디까지나 설화로 봐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여러 개의 도가니로 끓여서 동시에 주조하는 방식에서
    아기의 시신을 골고루 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시신을 공양할 이유가 없으며
    살생을 금기시하는 불교에서 종을 만들기 위해 생명을
    희생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 안녕하세요. 스타박스입니다.

    대략 6~7년전 경주 월성에서 1,500년 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들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신라의 도성인 경주 월성 발굴 현장에서 사람 뼈 두 구가 거의 온전한 형태로 나왔는데, 두 인골 모두 결박이나 저항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튼튼한 성벽을 쌓기 위해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이 되었었지요.

    이른바 사람을 기둥삼아 제물로 바친다는 인주설화, 즉 제방이나 성벽 등을 쌓을 때에 사람을 기둥으로 삼아 아래에 묻으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돌았다는 기록은 고려사에도 나오는데 진짜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듭니다.

    말씀하신 에밀레 종 이야기 역시 유명한 인신공양 설화 입니다. 종을 만드는 작업이 여러 차례 실패하여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 모든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 종에 어린아이를 공양해야만 소리가 날 것이다.”라는 어느 노인의 얘기를 듣고 끓는 쇳물에 어린아이를 던진 후에야 종이 완성되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 끔찍한 전설은 아마도 20톤이 넘는 거대한 종을 제대로 만들기가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므로 생긴 듯싶은데, 이번 인골 발견으로 단순한 우연이나 터무니없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는 셈일 수도 있습다.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은 이 종의 여운) 때문에 붙여진 것이고, 정식 명칭은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범종입니다. 성덕왕의 아들인 경덕왕이 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만들기 시작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다시 경덕왕의 아들인 혜공왕 대에 이르러서야 종이 완성되었으니 거의 20년이 걸린 셈입니다.

    커다란 종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에 있는 종은 200톤이나 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종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한 쪽이 깨지면서 한 번도 쳐보지도 못하고 그냥 깨진 채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자유의 종 역시 깨친 채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에밀레종은 1,200년 이상을 끄떡없이 견뎌왔을 뿐 아니라, 종소리 역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난 수준을 자랑합니다. 특히 에밀레종 소리의 여운은 유난히 길고도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데, 그 소리가 ‘에밀레- 에밀레-’ 하면서 마치 인신공양에 희생된 어린아이가 어미를 탓하며 우는 소리 같다는 것입니다. 끊어질 듯 작아지다가 다시 은은하게 이어지는 저음 역의 여운이 3분까지도 반복적으로 지속되는데, 이 역시 다른 범종들은 따라가기 힘든 수준입니다.

    물리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맥놀이(beat)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주파수(진동수)가 비슷한 두 개의 파동이 간섭을 일으켜서 새로운 합성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깁니다. 즉 종의 각 부분에서 다른 진동수의 소리가 나오면서 파동들이 간섭되고, 상대적으로 느린 새로운 주기로 진폭이 변화하게 되면서 긴 여운이 생기는 것입다.

    그렇다면 과연 에밀레종의 인신공양 전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는 종의 성분을 정밀히 조사해서, 사람의 뼈에 들어 있는 인(燐; P) 성분이 나오는지 여부로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인데다. 인 성분은 합금을 만들 때 합성을 용이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청동불상이나 쇠붙이로 된 다른 문화재 등에도 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5여년쯤 전 국내 한 연구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에밀레종에서 어린아이의 유체 분량 정도에 해당하는 인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에 다른 연구기관이 에밀레종의 여러 부분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극미량 원소분석기로 분석해 보았지만, 인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에밀레종에서 인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신공양 전설이 완전 허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용융 상태의 구리물에 인골이 들어가면 분해된 유체가 위로 뜰 것이므로,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설화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첨단의 현대과학기술로도 에밀레종 특유의 은은한 종소리는 재현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제야의 종을 치는 서울의 보신각종이 에밀레종을 본떠서 현대에 다시 만든 것이지만, 그 종소리는 에밀레종의 신비한 소리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현대 과학기술은 에밀레종의 물리적, 공학적 특성 등을 밝혀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하여 그 신비의 종소리를 재현하는 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합니다. 그 신비로움 때문에 안타까운 인신공양 설화에도 더 힘이 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