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힘든 나날을 보내오셨다는 것, 그 무게가 얼마나 클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용기 내어 질문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심리상담은 서로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기저질환으로 있고, 이미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힘드셨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먼저 받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항우울제는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약물로, 충분한 기간(보통 복용 시작 후 2주에서 4주까지)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심리적으로 극도로 소진된 상태에서는 상담에서 다루는 내용을 받아들이고 실천할 여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약물로 최소한의 안정 기반을 먼저 만드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합니다.
심리상담은 그 안정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이후에 병행하면 훨씬 효과가 높아집니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나 대인관계치료 등은 우울증에 대한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법이며, 장기적인 재발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모님이 상담을 권하시는 마음도 틀린 것이 아니고, 결국 두 가지 모두 필요한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 한 가지만 선택하셔야 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먼저 받으시길 권합니다. 오랜 시간 힘드셨다면 이미 충분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