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현행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개국공신들은 일단 큰 권력과 명예, 부를 거머쥡니다. 그러다 강한 왕권을 바라는 왕이 출현하면 제거당하거나 숙청당하는 비운을 겪곤 했습니다. 고려 전기의 지배층은 문벌귀족입니다. 이들은 왕건과 같이 개국에 직접 뛰어든 인물들도 있지만 지방 호족으로 왕건에 협조해 일정 지분을 확보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공신들이거나 공신의 후손들로 공음전을 받고 음서 혜택을 받아 관직에 쉽게 진출하고 또 고위관직이 되었지요.
고려 초기 왕건 이후 후계구도 및 왕위계승에 불안정성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한 왕이 광종입니다. 그는 노비안검법을 제정해 호족들이나 공신세력이 사회경제적으로 더 크지 못하게 하고 국가재정확보를 꾀했습니다. 또 과거제를 도입해 능력에 따른 인재등용을 도모했습니다. 무엇보다 광종은 많은 공신세력을 숙청해 왕권강화에 힘썼지요.
이는 조선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대부분은 무던하게 권세를 누리지만 정도전과 같이 강한 왕권을 바라는 이방원에게 제거된 것처럼 말이죠. 즉 개국까지는 죽음도 함께하는 신뢰관계와 충성관계가 성립하지만 그 공로로 인하여 집권 이후에는 왕권을 위협하는 장애물이자 제거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