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기준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둘 중 누가 먼저라고 하는 것을 구분하기란 좀 어렵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일의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에게서 서양음악이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당시 4/4박자의 폭스 트로트라는 장르의 음악이 유행하여 여기에 각자의 민요나 구전가요들이 섞이면서 저마다의 음악으로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일본은 2박자에 익숙한 '쿵짝 쿵짝' 식의 엔카로 발전하였고, 한국의 경우 일본식의 2박자음과 아리랑과 같이 3박자에 익숙한 '쿵짝짝 쿵짝짝'의 형태로 발전했다가 폭스 트로트와 같은 4박자 그대로 트로트라는 이름을 들여와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서양음악의 경우 대부분이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냐를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일본이 먼저일 것입니다. 우리보다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일제강점기이니 당연히 엔카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카 가수들 중 당시 조선인도 있었고, 그들이 트로트 가수로도 활동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엔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코카 마사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생 5천여곡의 작품을 발표했고, 독특한 음악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린 시절 8세부터 12년간 조선에서 살았고, 선린상고까지 졸업했습니다. 그는 경성의 큰 형님네 가게에서 조선인들이 민요를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고, 그 멜로디가 뛰어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일본에 돌아간 후 그것을 반영하여 음악을 많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스스로 "만약 어린 시절을 조선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이런 곡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 조선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1980년 대에는 일본에서 엔카가 한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돌았다고 합니다.
도입의 시기로 따진다면, 엔카는 1880년대 메이지유신 때 연설을 위한 곡으로 초기의 엔카가 만들어졌다가 서양의 7음계가 들어오면서 그것을 일본식의 5음계로 고쳐서 적용되었고, 1914년 4/4박자의 폭스 트로트라는 장르가 들어와 결합되면서 지금의 엔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처음 우리 나라에도 전해져 2/4박자 즉 '뽕짝'이라는 트로트가 시작되어 지금에까지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감성은 어떤 시기나 지역을 특정할 수 없고, 다양한 양국의 문화와 외부의 문화가 혼용된 것이니 그냥 음악의 아름다움만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