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는 밀면집이 많은데 밀면과 냉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부산인근지역에는 밀면집이 많더라구요. 시원하고 식감도 좋아 자주 먹는데 밀면과 냉면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자드락비입니다.
밀면과 냉면의 차이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냉면과 밀면은 비슷한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정확한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죠.
밀면은 냉면을 만들려고 했지만 재료가 부족하여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음식이구요.
(밀가루와 전분을 넣고 반죽하여 만든 국수. 한국 전쟁 때 만들어진 음식으로 부산의 대표적 향토 음식)
평양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어 삶은 국수를 차가운 동치미나 육수에 넣어 먹는 음식입니다.
함흥냉면은 옥수수와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어 가늘게 국수를 뽑아 육수에 넣어 먹는 음식입니다.
안녕하세요. 후련한바다매296입니다.
부산 서민들의 여름 먹을거리, 밀면을 찾아서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여름이다. 여름에 가장 생각나는 음식과 과일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수박과 냉면이라고 할 수 있다. 수박을 한자로 수과(水瓜)라고 하는데, 이는 물이 많은 과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냉면을 한자로 쓰면 冷麵이 되는데 ‘찰 랭’자에 ‘밀가루 면’자를 쓴다. 즉, 냉면은 면으로 만든 차가운 음식을 말하는데, 흔히 우리들이 먹는 냉면은 메밀로 만든 평양식 냉면(물냉면)과 감자 전분으로 만든 함흥식 냉면(비빔 냉면)을 일컫는다.
냉면은 후텁지근한 여름에 우리의 입맛을 돋우어주는 고마운 음식임에 틀림없다. 입안 가득히 면발을 집어넣은 후 이빨이 부서져라 아작아작 씹는 맛은 가히 일품이다. 게다가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달짝지근한 육수를 후루룩 마셔대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시원한 쾌감이 몰려온다. 기사를 쓰는 필자의 입에도 어느새 군침이 살짝 도는구나.
그런데 여름철에 부산에 오면, 냉면과 모양이 비슷하면서도 맛이나 향이 사뭇 다른 밀면이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밀면이란 말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는데, 흔히 밀가루로 만든 냉면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밀면’은 부산식 냉면이라고 보면 된다. 평양식이나 함흥식 냉면에서 조금 옆으로 새어나간 냉면인 것이다. 냉면과 밀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재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냉면이 메밀로 만든 면이라면 밀면은 밀가루로 만든 면이다. 그런데 순수 밀가루로만 만든 것이 아니고 전분이 30퍼센트 정도 들어간 면이라고 보면 된다.
부산식 냉면인 ‘밀면’의 역사는 6·25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6·25전쟁의 흔적을 가장 많이 지닌 도시는 부산일 것이다. 단 한 차례의 폭격이나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피난민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밀면도 바로 그런 아픈 상처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었다.
6·25 전쟁 중에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몰려온 피난민들은 대개 산꼭대기나 바닷가 근처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였다. 그 대표적인 거주지가 중구 영주동과 동광동 산꼭대기이고, 그 외 영도 신선동과 청학동 산꼭대기나 우암동 산꼭대기, 서구 감천동 산꼭대기도 대표적인 피난민 주거지였다. 밀면은 바로 이 피난민 주거지에서 발생한 음식이다.
이북출신의 피난민들이 북한에서 먹던 냉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료인 메밀을 구하기가 힘들자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보았던 것이다. 당시 밀가루는 미군부대에서 풍족하리만치 나누어줬기 때문에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초기의 밀면은 밀가루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면발이 뚝뚝 끊어지고 쫄깃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 부산 사람들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국수와 우동을 즐겨 먹었지, 다소 질긴 듯한 냉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몇 차례의 실패 끝에 밀가루와 전분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면을 만들어 보았는데, 그렇게 만든 면이 국수보다 쫄깃하면서도 냉면보다 덜 질긴 맛을 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부산 밀면이었다. 부산 밀면은 재료의 차이가 있을 뿐, 기존 냉면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밀면의 종류도 물 밀면과 비빔 밀면으로 나뉘어 있고 먹는 방식도 냉면과 비슷하다. 다만 비빔 밀면에는 홍어나 가오리 대신 돼지고기가 얹어져서 나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그리고 부산 밀면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가야 밀면’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가야 밀면은 부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상호일 정도로 부산에서는 유명한 밀면 집이었다. 또 시내에 나가보면 가야 밀면이라는 상호가 유달리 눈에 많이 뜨인다. 이는 그만큼 가야 밀면이 부산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참 특이한 것은 가야 밀면 집이 오래 동안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가정집에서 장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도 20여 년 전에 개금동의 골목에 있는 가야 밀면 집을 가본 적이 있었다. 허름한 주택가 골목의 후미진 곳에 있는 그 집에는 인산인해의 손님들이 모여 앉아 밀면을 즐기고 있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사이로 밀면 그릇들이 어지러이 날리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 입 먹어 본 밀면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냉면의 육수와는 다른 달큼하면서도 새초롬한 그 맛.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뚝뚝 끊기는 면발의 찰진 맛은 입안에 향긋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무허가로 아무리 단속을 받아도 아랑곳없이 장사를 했다는 가야 밀면 집.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가야 밀면 집은 그 자체가 부산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특이함이었다. 오죽했으면, ‘며느리도 모르는 가야 밀면 비법’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전쟁의 상흔 속에서 태어난 밀면이지만, 이제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냉면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밀면은 여름 땡볕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고마운 음식으로 부산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