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승현 의사입니다.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 ‘오렉신’이 줄어든다. 이는 식욕을 관장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의식을 깨우고 주의력을 높이는 등의 각성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식사 시 탄수화물 섭취가 많을 경우 오렉신 분비가 억제돼 쉽게 졸음이 느껴진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이 높고 혈류에 포도당이 많으면 쉬 피로가 느껴져 졸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다량의 인슐린을 공급해도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는데 비만한 사람,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 이 증상이 있다.
식사 후 우리 몸에선 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호르몬인 ‘렙틴’이 상승한다. 렙틴은 단백질이나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먹었을 때 더 많이 증가해 밥, 빵,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피곤함이 잘 느껴진다. 그리고 체내에 염증이 많을 경우 렙틴은 이를 더 증가시켜 피로도를 높인다.
소화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와 생물체 내에서 포도당이 연소해 에너지로 변할 때 생기는 ‘피루빈산’을 포함한 에너지 물질이 충분할 때 오렉신은 쉽게 억제되지 않는다.
미국의 생리학 저널(The Journal of Physiology) 연구결과 만성피로증후군인 사람은 세포에 피루빈산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성피로증후군을 먼저 치료해야 식사 후 덜 졸릴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쏟아지는 잠에 너무 힘들 때가 있다. 사람의 몸은 생체시계인 ‘서카디안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데 신체는 오전 6시부터 깨어난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자연스럽게 피곤해진다. 특히 수면 욕구는 오전 10시 이후 높아지기 시작하여 오후 2시경 최고조에 달한다. 결론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서카디안 리듬 때문에 피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정된 혈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우리 몸은 상황에 따라 혈액을 필요한 인체 기관에 재분배한다. 식사하고 나면 소화를 잘 시켜야 하므로 많은 혈액을 소화기관으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뇌나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게 되어 식사 후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식곤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