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진광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한국사에서 15~16세기는 상업이 부진하고 침체하여, 이른바 ‘자급자족’의 자연경제가 펼쳐졌던 시기였을까? 더욱이 당시 세계사 차원에서 이른바 ‘상업의 시대’가 발흥하였던 시기에, 조선 사회는 이 같은 흐름에서 소외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이를 거부하면서, 전형적인 유교 국가로서 상공업을 부정하고 억압하는 농업사회의 면모를 이 시기 내내 고수하고 있었을까? 고려 말 이래 조선 상업은 국초의 유교적 재편성 과정을 거쳐 그 내적인 변동과 발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그리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 나라들과의 접촉과 교역을 통해서 그 변화를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16세기에 들어서는 그 발달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시기 도성 상업의 확대와 발전, 비시전계 사상인의 등장과 ‘난전’으로서 시전 압박, 지방 장시의 출현과 전국 확산, 교환수단으로서 준명목화폐인 추포의 통용과 ‘추포경제’의 진전, 그리고 중국의 사치품과 일본산 은을 활용하여 양국을 잇는 중계무역을 통해 대외무역에 적극 나서고 있던 조선 상인들의 모습 등은 모두 한국 또는 세계 역사학계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양상들이었다. 당대 동아시아를 무대로 펼쳐지던 상업의 시대에 조선 상업과 상인들 역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