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부분을 긁어도 계속 가려운 이유는?
일상 생활에서 등이나 몸 특정 부위가 가려워서 긁고나며 그 때는 시원한데,
왜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자리에서 또 가려움을 느끼는 걸까요?
가려운 부분이 있으면 긁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가려운 부위를 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모기나 개미에 물린 자리를 긁다보면, 해당 부위가 크게 부풀어 오르면서 긁기 전보다 더 가려워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려운 곳을 너무 긁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긁으면 그 자리가 더 가렵게 느껴지는 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긁을 때 더 가려워지는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긁으면 더 가려워지는 인자로 세로토닌이 꼽혀]
대한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불쾌한 감각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가려움증은 피부질환과 전신질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추정하고 있는 바로는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 인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학적 인자의 경우 지금까지 밝혀진 물질로는 히스타민(Histamin)과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등이 있다.
이 중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로서 비만 세포에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프로스타글란딘은 습진이나 자외선 등에 의해 발생하는 염증과 같은 가려움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 워싱턴 의대 소양증연구실의 천저우펑(Zhou-Feng, Chen) 박사와 연구진이 가려운 곳을 긁으면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의 주범으로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Serotonin)을 꼽았다고 보도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이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되면, 피부 신경이 실제로 느끼는 것은 시원함이 아니라 통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려운 곳을 긁으면 피부에 약한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신경세포들이 가렵다는 신호 대신 통증 신호를 우선적으로 뇌에 전달하면서 일시적으로는 가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긁다보면 해당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더 가렵게 된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바로 왜 이 단계에서 더 가려워지는 이유였다. 이 점을 궁금하게 여긴 연구진은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어떤 물질이 여기에 관여하는지를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연구진이 선택한 물질은 세로토닌이었다. 세로토닌은 통증 억제 효과를 가진 물질로만 그동안 알려져 왔다. 프로작(Prozac)이나 팍실(Paxil)과 같은 항우울제는 몸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가라앉히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세로토닌을 가려움 증상의 원인으로 연계시킨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우선 세로토닌 분비를 담당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용 쥐를 이용하여 가려움을 유발하는 물질을 피부에 주사했다. 그 결과 이 쥐는 가려운 부위를 가끔 긁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쥐만큼 가려운 부위를 열심히 긁지는 않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쥐들에게 다시 세로토닌을 주입하자 다른 쥐들과 똑같이 피부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세로토닌이 가려움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와 관련하여 천 박사는 “결국 이번 연구를 통해 가려운 곳을 긁으면 긁을수록 통증 신호가 뇌에 전달되면서 세로토닌이 점점 더 분비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하며 “세로토닌이 분비될수록 가렵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신경세포는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에, 가려움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로토닌 억제는 또다른 부작용 낳아]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옳다고 해도 세로토닌을 억제 하는 약물로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세로토닌이 사람의 성장과 노화, 그리고 감정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했을 시에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연구진의 의견에 대해 천 박사도 동의하면서 “다만 가려움증을 뇌에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세로토닌 억제제가 존재한다면, 이런 방향으로 약물을 개발을 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시한 가설이 맞다는 것을 완벽하게 입증할 때 까지 앞으로 보완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약물이 등장하겠지만, 그때 까지는 가려울 때마다 손을 대지 않고 그냥 참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요즘과 같이 일조량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늦가을에는 몸 안의 세로토닌 분비량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일조량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만 분비되고, 어둠이 내리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대폭 줄어든다.
국가별로 봤을 때도 햇볕이 좋은 지역과 그렇지 않는 지역의 국민성이 다르다. 햇볕 좋은 지중해 주변 국가의 국민들이 낙천적이다. 이는 햇볕이 좋아 세로토닌의 분비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극지방의 에스키모인들은 상대적으로 자살자가 많다. 공기는 맑지만 일조량이 적다.
세로토닌이 줄게 되면 우울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며 불안감, 부정적 감정이 따라온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몸은 음식을 섭취하여 부족한 세로토닌을 채우려 하기 때문에 식욕이 왕성해 지게 된다.
세로토닌 촉진을 위한 식품으로는 바나나가 좋다. 바나나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기능 외에 감기 및 신종플루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신체면역력을 높여주는 바나나를 하루 2개 정도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