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용수 경제·금융전문가입니다.
통상 ‘부채 한도’하면 말 그대로 빚을 질 수 있는 한계, 즉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채 한도를 초과한다는 것은 채무 상환 능력, 즉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자꾸 줄어든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나라 살림을 하는 정부가 빚을 너무 많이 지면 안 되니까 의회가 그 한도를 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법으로 국가의 부채 한도를 정해 놓는 나라는 미국과 덴마크 단 두 나라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정부는 의회가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꺼리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관련 법을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의회가 책정해 놓은 미국의 부채 한도는 31조 4천억 달러입니다.
지난 1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부채 한도를 올리지 않으면 다음 달 1일로 미국 연방 정부가 ‘채무불이행(default)’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세금과 관세 등을 통해 수입을 만들지만, 궁극적으로 세수보다는 지출 규모가 훨씬 큰 나라입니다.
공무원들에게 월급도 주고 사회보장제도와 건강 보험 같은 복지와 군대 등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부족하니까 미국 정부는 국채 등을 발행하는 식으로 이를 충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 부채 한도를 기존의 한도보다 2조5천억 달러 늘려 지금의 31조4천억 달러로 책정한 건데요. 하지만 1년여 만에 다시 부채 한도에 이르면서 디폴트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 이후 미국 연방 의회는 상원은 민주당이 여전히 다수당이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습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야당인 공화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공화당은 부채 한도를 올려주는 대신 정부 예산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하원은 지난달 국가 부채 한도를 1년간 1조5천억 달러를 올려주는 대신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 당 사이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