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남근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오언절구는 편폭이 짧아서 고체시처럼 장면과 경물을 배치하고 사건과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 전부를 그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인의 순간적이며 단편적인 생활의 느낌을 서술하는 데 많이 쓰였으니, 하나하나가 모두 시인 심령의 결정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감상일지라도 때로는 비교적 복잡하여 네 구의 짧은 말로 반드시 다 개괄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절구는 율시와 같이 표면에서 심리활동을 그려내는 경우는 적다. 절구는 흔히 사실(寫實)을 피하여 허상을 그리는 [避實就虛] 수법을 택하기에 측면적인 부각이나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드러냄으로 적은 양이 많은 양을 이기는 예술 효과를 얻게 한다.
추야우중(秋夜雨中) -최치원-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에 친구도 적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 삼경에 비가 내리니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앞에 외로운 마음 고향을 그리네
*신라 말기의 문장가인 최치원(崔致遠)의 오언절구. 비오는 가을밤에
자신을 알아 줄 지기(知己)가 없는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