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명은 왜 2글자가 많은건가요?
안녕하세요? 서울, 울산, 인천, 부산, 광주등등 우리나라 지명은 왜 거의 다 2글자인건가요? 도시 이름뿐만 아니라 경상, 충청, 전라, 경기등등 도의 이름도 2글자인데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자드락비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명은 삼국시대 이전부터도 한자로 표기되었지만 결코 한자음으로 읽지는
않았습니다.(한자음이라는 것은 고대에 수입된 외래음, 즉 우리말 환경에 맞게 변형되고
화석화된 중국음(隋唐音)을 의미합니다)
삼국시대 이래의 지명변화를 간략이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텰둥글(毛乙冬非) => 텰둥글(鐵圓) => 철원(鐵圓)"
"서늘이(沙熱伊) => 서늘이(淸風) => 청풍(淸風)"
"검개(黔浦) => 검개(金浦) => 김포(金浦)"
"곰나루(熊津) => 곰주(公州) => 공주(公州)"
"누스키(奴斯只) => 눗키(儒城) => 유성(儒城)"
"엄술(牙述) => 엄술(陰峰) => 음봉(陰峰)/아산(牙山)"
"달구벌(達句火) => 대구(大丘)"
"우불(于火/虞風) => 울(蔚)주 => 울산(蔚山)"
우리나라의 지명변화는 한마디로 순수한 우리말 고유지명이 한자지명화(化)해 가는 과정
입니다. 신라 경덕왕때 우리말 지명을 한자식(두글자) 지명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그것은
문자의 표기형식만 바뀐것이지 음이 바뀐것은 아닙니다.
"히로시마"의 한자표기가 "廣島"라 해서 "고오도오(광도)"로 읽는 일본인이 없는 것처럼
"하슬라(河瑟羅)"의 한자표기가 "江陵"으로 바뀌었다고해서 "하슬라"가 하루아침에 "강릉"
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신라인들은 이처럼 한자를 우리음으로 읽는것을 "향음(鄕音)"
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우리노래"를 "향가(鄕歌)"라하고,"우리음악"을 "향악(鄕樂)"
이라 표현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신라멸망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우리말 고유지명과 인명들이 대대적으로
한자음에의해 축출당하고 "향음(鄕音)"자체가 완전히 소멸되어버리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고려초기는 새로운 민족통합의 시기였고 그것은 곧 새로운 언어통합의 시
기를 의미하며 그 과정에서 전국 공통어의 존재로서 한자음(중국음)이 득세한 것이라 볼
수있을 것입니다)
"마포"와 "노량진"의 본래이름은 "삼개(麻浦)"와 "노들나루(鷺梁津)"였지만 어느덧 한자음
"마포"와 "노량진"에 밀려서 "삼개"와 "노들나루"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고구려가 망하여 만주땅을 잃게된것에 개탄하지만 정말로 민족최대의 손실은
신라가 망함으로써 우리말(鄕音)을 잃게된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국이전의 우리 고대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향음(鄕音)"의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아직도 "朝鮮"을 "조선"이라 읽고,"檀君"을 "단군"
이라 읽으며,"平壤"을 "평양"이라 읽고 있습니다. "朝鮮"과 "檀君" "平壤"의 진짜 고대음
(즉,우리말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서울"을 "한성(漢城)"이나 "경성(京城)"으로 개명한다고 하면 땅을치고 "민족정기"를
외치며 분개할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조상들의 국명,지명,인명,관직명,
물명(物名)및 그 성씨와 이름조차 수입된 외래어로 읽고 부르면서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
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이 참 이상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