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주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우리는 군사분계선이라는 정치적 단절로 인해 엄연히 연속되고 있는 국토까지 의식 속에서 단절시키고 있지만, 강화도 북단 철산리 철곶돈대만 가봐도 북녘땅이 코앞에 닿아 있다.
예성강이 흘러나와 한강과 마주치는 서해 하구에 벽란도(碧瀾渡)라는 매우 유서 깊은 나루터가 있다. 개성이 수도였던 고려시대, 이 벽란도라는 하항(河港)은 지금의 부산을 연상시킬 정도로 당시로서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항구였다. 중국의 송나라 상인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하여 멀리 남양지방과 아라비아·페르시아 해상들까지 자주 드나들며 교역을 하던 곳이다. 육로로서도 중국에서 개성을 오자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나루터였고, 조선시대에도 대륙을 가자면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황해우도(黃海右道)의 교통요지였다.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예부터 고구려와 백제는 이 땅을 놓고 싸우기도 하였던 것이다. 무협영화에 나오는 긴 저잣거리가 뻗쳐 있는 나루터의 풍광을 생각해 보면 벽란도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이 항구 언덕 위에 벽란정이라는 아름다운 정자가 있었는데 송나라 사신 일행이 오면 반드시 묵는 관사였다. 벽란도라는 이름은 기실 이 벽란정 때문에 생겨난 별명이 고착된 것이다. 원래는 예성항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