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홍기윤 경제·금융전문가입니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에 올랐다. 부채의 증가 속도 역시 1위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밝힌 세계 부채 보고서 내용이다.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1위다. 한국 다음으로 홍콩(92%)·영국(89.4%)·미국(79.2%)·태국(77.5%) 순이었다. 숫자에서 보듯 한국은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보다 더 큰 지구촌 유일의 나라다. 더 심각한 건 방향성이다.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6%포인트 높아졌다. 홍콩·태국·러시아를 앞질렀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밝힌 혁신국가 세계 5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어쩌다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의 나라가 됐을까. IIF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택 가격이 급등한 게 주원인이라는 얘기다. 26차례나 이어진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이 낳은 결과였다. 이 때문에 집이 없는 사람들은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됐다. 늦게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과 다락같이 올라간 전세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했다. ‘가계부채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이렇게 달성됐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서는 집값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전 세계적 현상과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한국의 집값 상승이 2020년부터 시작했는지, 현 정부 출범 시기인 2017년부터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투기 탓’은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더해져 집값이 올랐고, 덩달아 가계부채도 급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