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갑오개혁 이후 개화·계몽기를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진 소설이 바로 신소설인데, 이것은 근대적인 신문학을 대표하는 문학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신소설은 재래의 구소설, 즉 고전소설에 대하여 새로운 소설이란 뜻으로 그 명칭이 쓰였으며, 문학사적으로 《구운몽》, 《춘향전》 등의 구소설과 이광수의 무정 이후 현대소설과의 중간에 위치하는 과도기적인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갑오경장 이후 개화기에는 신구의 대립 관념이 비단 소설뿐 아니라 각 분야에 파급되었다. 즉 시조·신체시, 구파(舊派)·구극(舊劇) 등 재래의 연극에 대한 신파(新派)·신극(新劇) 등으로 대조되었는데, 신소설의 명칭도 이렇게 새로운 것을 찾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불린 듯하다. 따라서 신문학 초창기에 오래된 것에 대하여 새롭다는 뜻으로 사용된 신소설이란 개념은 어떤 뚜렷한 정의를 내포했다기보다는 막연히 신구의 대립 관념이 선행된 명칭이었다. 이 신소설이란 명칭은 이인직의 《혈(血)의 누(淚)》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후 1906년 즈음부터 1916년 무렵까지 총작품 무려 3백여 종이 출판되었다. 신소설은 1917년 《무정》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 출판되어 그 배경의 폭을 넓힌다면 갑오경장부터 3·1 운동까지 약 20년 내외에 해당하며, 그 속에는 구소설을 개작한 것도 있고, 일본 작품을 번안한 것도 포함된다. 이 신소설은 이른바 ‘이야기 책’으로 불리는 구소설과 서구적인 소설의 체제를 거의 갖춘 《창조(創造)》지 이후의 현대소설과의 중간단계에 위치하는 한국 문학의 특수한 소설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소설사적으로 보아 봉건사회의 구소설, 개화기의 신소설, 현대의 현대소설로 발전적인 계보를 형성하게 되며, 이 신소설은 계몽의 문학으로서 개화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