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명훈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사진도 흑백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에게 컬러텔레비전이 판매되고 컬러 방송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컬러 아냐?” 많은 사람들이 흑백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색이 빠졌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이지요. 이런 경험은 흑백으로 만든 영화를 감상해 보면 쉽게 할 수 있는데, 흑백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흑백 화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때 색보다 명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명암은 영향력이 크지만 마치 피부와 근육 속에 숨어서 인체를 지탱하는 골격처럼 그 영향력을 쉽게 알아차리기가 힘듭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옷이나 피부, 근육 등에 더 관심을 빼앗겨 골격의 영향력을 잘 느끼지 못하듯이 그림에서도 명암 자체보다는 색이나 형태에 더 관심을 빼앗기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인체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골격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듯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좋은 채색의 바탕이 되는 명암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