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부터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어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취임 직후 사우디를 ‘인권 탄압 국가’라고 비판했기 때문이죠.
이후 무서운 물가 상승세에 바이든 대통령이 잠시 태도를 바꾸긴 했지만, 오히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더 멀어졌어요. 물가 안정을 위해 기름값이 하락하길 원하는 바이든이 사우디에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사우디가 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거든요.
바이든 대통령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어요. 사우디가 이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미국 입장에선 뒤통수를 세게 맞은 셈이죠. 바이든 대통령은 “근시안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어요.
이때부터 양국 사이 파열음은 점점 커졌어요. 미국 정부는 77년 동안 공고했던 전략적 동맹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고, 무기 수출은 물론 미국 기업의 사우디 현지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어요.
사우디도 미국에 지지 않고 대응했어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원국과 더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면서, 중국·러시아와 더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죠.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빈 살만) 왕세자는 브릭스(BRICS) 가입을 희망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만약 사우디가 브릭스에 가입하거나 러시아·중국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지면, 석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페트로 달러’ 체계에도 균열이 갈 수 있어요.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거죠. 사우디가 중국 화폐인 위안화 등 다른 화폐로 결제하는 걸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