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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행복하고 싶은 달팽이
느리지만 행복하고 싶은 달팽이23.12.17

미슐랭 식당들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나요?

식당을 찾다 보면 미슐랭 2스타, 3스타 식당들이 눈에 띄는데요.

미슐랭은 어떻게 선정이 되나요?

식당이 신청을 하는건가요? 아니면 무작위로 방문해서 선정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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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시뻘건무당벌레33입니다.

    원칙적으론 가이드의 평가원(Inspector)은 요식, 호텔, 케이터링 업계 경력이 있는 미쉐린사의 정직원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 대해 타당성 조사가 몇차례 진행된 뒤에 투입된다. 평가원은 절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당연히 모든 요리 대금을 지불한다. 즉,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에서 보면 갑자기 암행어사처럼 미쉐린 가이드의 조사원이 출두해서는 가난한 주인공에게 별 3개를 주거나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사실은 이와 전혀 다르다.

    가이드 발간을 위해 편집자들과 평가원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별점 수여 여부를 결정하는 스타세션이 진행된다. 이 과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어도 세 차례 이상 다른 평가원들이 식당을 방문해 심사를 하게 된다.

    다만, 위와 같은 절차는 어디까지나 '원칙'으로, 국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경우엔 한국 지사 정규 직원이 아닌 관련 업계 전문가를 계약직 평가원으로 고용하여 평가를 진행하며, 외부 전문가들도 평가에 참여한다. 이들은 평가 결과를 놓고 여러 차례의 집단 토의를 하며, 평가 결과의 근거를 확보하고 보정한다. 물론 이들은 자신이 평가원으로 참여한 사실을 평생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평가원들 역시 모든 요리 대금을 지급하나, 가이드 파트너사들 중에 식음 업체가 없진 않아서 결과 발표시 항상 편향성 논란이 일기도 한다.

    여기서 한번 받았다고 끝이 아니며,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걸쳐 재고의 여지가 있으면 별을 박탈하므로 무작정 별을 받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편 평가원들의 평가 기준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 요리 재료의 수준

    • 요리법과 풍미에 대한 완벽성

    •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 가격에 합당한 가치

    •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보면 알 수 있듯, 철저하게 '요리'에 대한 평가이며, 식당의 '분위기'나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는다. 가이드에서 '식당의 편안함, 분위기, 서비스, 식기는 별점(스타)의 고려사항이 아닙니다.'라고 공지하고 있을 정도. 정확히 말하면 편안함이나 서비스는 별점 평가와 다른 별도의 픽토그램 수여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의 심사 기준은 분위기이며, 레스토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제공되는 서비스, 인테리어, 테이블웨어, 음식, 와인 등을 아우르는 'total experience'로서의 파인다이닝을 다룬다'는 주장은 따라서 엄밀히 말해 옳은 해석은 아니다. 이를테면 2016년 싱가포르 레드가이드에서 음식 가격이 1.85달러(약 2천원)에 불과한 치킨과 누들 노점이 별점을 받은 일 등이 좋은 예이다. 또한 별점 두세 개 정도 되면 몸값이 높은 셰프가 있는 고급식당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런 고급식당일수록 분위기나 서비스가 좋기 마련이기 때문에 으레 서비스도 같이 보는구나하고 생각해 상기와 같은 오해가 생긴듯 하다. 또한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좋은 재료와 도구가 따라붙기 마련이므로, 대체로 3스타를 받을 정도의 레스토랑은 최고급 시설과 재료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요리의 가격 또한 비싸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