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자기관리해도 모솔이면 그만큼 열등하다는 뜻일까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해보거나 일차적으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연애 경험은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개인이 제대로 된 사람인지 증명해주는 하나의 인증서라고 느껴져서 의무감과 조바심이 듭니다. 어떤 분이 말한 것과 같이 초등학교때 남아서 오답노트를 고치는데 친구들은 하나 둘 끝마치고 떠나는 와중에 나만 남아 창밖에서 노을이 뉘엿뉘엿 지는 모습을 보며 초조함에 오금이 저리는 그런 기분이네요.
나이는 24살이고 여태까지 여사친은커녕 인사하고 지내는 여자 지인도 없었습니다.
요즘은 연애에서 외모의 중요성이 아주 커졌고, 제 나이대에서는 외모가 유독 가장 중요하다고 대부분 동의하실겁니다. 심지어 참가자의 연령대가 높은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의 PD도 참가자들의 외모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저는 그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요)
저는 못생겼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걸 넘어서 본능적인 불쾌감을 일으킬 정도로 못생겼습니다. 키는 평균보다 약간 크지만 머리는 그걸 상회해서 굉장히 크고, 특히 두상이 아주 불쾌할 정도로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에게서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었고, 학교에서는 수업 첫날부터 무려 선생님의 주도로 외모로 놀림 당하는 게 매년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첫날 학생들과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려 들 때 저같이 몰골이 우습고 열등해 보이는 놈을 점찍고 조리돌려서 격의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이 가장 만만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안 그래도 브레이크가 없을 시절에 선생님이 나서서 '해도 되는 행위' 로 정해줬으니 거리낌이 없었겠고요)
학생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지나가던 모르는 여성이나 무리에게 못생겼다는 조롱이나 욕을 들어본 일도 꽤 있었습니다 (저 혼자 '그렇게 느꼈다' 수준의 추측성 망상 수준이 아니라 저를 쳐다보며 대놓고 크게 말해서 옆에 있던 친구도 그 일을 언급하며 웃을 정도)
보통 이런 사람들이 고민을 게시하면 운동하고 꾸미고 화법 등등의 조언을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운동에 어릴때부터 재미를 붙여서 학생 내내 거의 10년을 하루에 두세시간씩 체육관에서 운동해왔고, 고등학생때 늦게 사춘기가 와서 근육이 급격하게 붙은 후로는 체육관을 그만두고 혼자 운동하는 지금까지 어떤 운동하시냐, 몸 좋다는 소리는 꾸준히 들었습니다.
팔다리도 짧아서 채워질 부분이 적을뿐더러 어깨만 유의미하게 넓어서 더욱 티가 쉽게 난 것 같습니다. 근육을 키우려는 목적보다는 재미로 한 운동이라 유산소부터 꾸준히 해서 체지방도 낮고요.
하지만 운동한 제 몸은 객관적으로 짧뚱하고 혐오스럽습니다. 몸을 드러내지 않을만한 실루엣인 옷을 입으면 몸의 부피감 때문에 벙벙해 보이기에 미적으로 떨어져서 어느정도는 몸의 라인을 타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 의도가 왜곡되어 못생겨서 열등감에 운동하고 근자감에 찼는가, 허세인가? 하는 시선으로 보일까 수치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자존감이 전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저를 비판하게 됩니다
옷이나 꾸미는 것도 좋아해서 취미로 패션도 딥하게 오래 팠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로는 길에서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예쁘다거나 어떤 옷인지, 머리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신 분들도 자주 있었고, 친구들도 옷을 사면 저에게 물어보는 일이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저장하는 식으로 얼굴을 가리고 착샷이나 헤어스타일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여자분에게 디엠이 몇 번 와서 옷얘기하고 옷 골라주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새 더욱 자주 제 얼굴을 자세히 보거나 길 가다 창에 비친 제 모습을 봤는데 우스워보이고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옷 따위 뭐가 중요한가, 꼴값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간 집 밖도 못 나가는 일이 생깁니다.
패션에 더욱 관심을 가지니 점점 미감이 높아지고, 발전된 미감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제 상태도 발전했지만 저의 태생적 외적 열등함에 의해 그 상승세가 너무나 미미했던 것입니다. 결국 저는 더 꾸미고 향상심을 가지며 노력할수록 더 괴롭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보이는 악순환에 빠져버렸습니다.
저는 남자들과는 잘 친해집니다. 고등학생때부터 혼자 살면서 외국 생활도 몇 년 해봤고, 상대가 여자만 아니라면 외모로 혐오받을 걱정 없이 넉살있게 친해질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다싶이 얼굴만 보여주지 않으면 여자와의 대화도 남자와 한 것 처럼 문제없이 가능했고, 상대가 저를 경계하거나 역겹게 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지 않지만, 몇 년 전 친구들 때문에 몇 달 쯤 어떤 게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게임에는 보이스 채팅 기능이 있었는데, 몇 번은 게임이 끝나고 같은 팀에 있는 여성분에게 친추가 와서 같이 게임하자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때 놀란 점은 얼굴만 보이지 않는 것인데 현실과는 다르게 대화가 너무나도 부드럽게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분이 좋기는커녕 더 큰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몇 분은 저에게 현실에서도 만나서 놀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저를 실제로 보면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두려워 모두 거절했습니다.
만약 제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여태까지 현실에서 여성과 어떤 교류도 없이 살아온 일이 설명이 될까요? 그렇다고 여성과 먼저 친해질 수는 없습니다. 제 욕심 때문에 이기적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칠 가능성을 무시한다면 저는 도덕적으로도 추악한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근 몇년은 여자 근처에만 있어도 민폐를 끼치는 느낌에 죄책감이 들고 여자가 있는 쪽은 쳐다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런 티를 내지 않고, 부정적인 소리나 이런 이상한 고민도 일체 꺼내지 않습니다. 정신과에도 몇 번 가봤지만 정상소견에 약을 쓰거나 정기적인 통원도 불필요하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한 모든 노력은 저의 재미 외에는 어떤 이점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의 태생적 외모가 그만큼 열등하여 희망이 없다는 소리일까요?
또 원론적인 내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염려에 덧붙입니다. 1분 대화는커녕 여자와 인사도 못한다는 것은 내면이나 저의 인간성을 알기도 전에 외적 인상에서부터 걸러진다는 소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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