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정현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공민왕의 사망에 대한 《고려사》의 기록은 공민왕이 변소에 행차한 것으로 시작된다. 변소라고 하면 단순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낡은 화장실을 생각하기 쉽지만 전근대의 변소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고, 특히 왕실이나 귀족의 화장실은 단순히 화장실 용도로만 국한되지 않고 탈의실의 기능도 겸했으며, 여기서 바깥에서 말하기 힘든 은밀한 사실을 고하거나 남녀끼리 정사를 치르기도 했다. 공민왕에게 내시 최만생이 쪼르르 달려가
"홍륜이 익비를 임신시켰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만취해있던 공민왕은
"홍륜을 죽일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그 사실을 고한 최만생에게
"너도 비밀을 아니 같이 죽어 줘야겠어."
라고 말했다. 이에 놀란 최만생은 당사자인 홍륜 등과 모의하여 술에 취해서 잠을 자고 있던 공민왕의 처소로 난입해서 칼로 난도질해 살해했다. 그의 나이 향년 45세였다. 이때 어찌나 처참하게 시해되었는지 뇌수가 병풍에 튀었을 정도였고, 시신은 칼에 수없이 난자당한채 참혹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