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쌀의 품종이름은 어떻게 정해지는걸까요?
우리가 먹는 쌀의 품종이름은 어떻게 정해지는걸까요? 쌀이 생산되는 지역의 이름으로 정해지는지 아니면 다른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벼는 그 발상지에서 야생벼가 재배상태로 옮겨지면서 야생종과 재배종으로 나누어졌다. 또한 발상지로부터 세계의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지리적 조건하에 놓이고 그 환경조건에 적응하는 특성을 가진 벼가 살아 남아 새로운 형태로 분화되었으며, 새로운 종류 또는 품종이 생김으로써 다시 새로운 지역으로의 전파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이 수천 년 동안 되풀이되면서 형태적 ·생태적 ·생리적 특성이 다른 여러 가지 변종 및 품종이 생겨났다. 근세에 품종개량이 과학적 ·체계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품종이 빠른 속도로 분화 ·발전하게 되어 오늘날 필리핀에 있는 국제벼농사연구소(IRRI)가 수집 ·보존하고 있는 벼품종이 6만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벼의 종류를 재배적인 측면에서 분류하면 논벼[水稻]와 밭벼[陸稻]로 크게 구분이 되는데,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논벼에는 물의 깊이가 50cm 이하인 상태에서 재배되는 보통논벼, 0.5∼1m의 깊이에서 재배되는 심수도(深水稻), 물의 깊이가 최고 1∼6m가 되는 곳에서 자랄 수 있는 부도(浮稻)가 있다.
벼는 원래 습지에서 자라던 식물이기 때문에 현재도 논벼의 재배면적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보통 논벼의 재배면적은 75% 정도이고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재배하는 심수도의 면적이 11% 정도, 부도의 면적이 4% 정도이다. 산간 고원지의 밭상태에서도 재배될 수 있도록 발달된 밭벼의 재배면적은 10% 정도이다.
또 다른 재배적인 측면에서는 벼의 생육기간의 장단(長短)에 따라서 조생종(早生種) ·중생종(中生種) ·만생종(晩生種)으로 구분하며, 보통벼 ·특수벼로 나누기도 한다. 쌀의 용도적인 측면에서는 메벼[粳稻]와 찰벼[슭稻]로 구분하는데, 멥쌀의 녹말은 20% 정도의 아밀로오스와 80% 정도의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되는 데 반하여 찹쌀의 녹말은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벼알의 크기와 모양, 벼알 또는 현미의 빛깔과 냄새에 따라서 대립종(大粒種) ·중립종(中粒種) ·소립종(小粒種)으로, 또는 보통종 ·향미종(香味種) 등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벼가 그 발상지로부터 세계 각 지역으로 분포되면서 오랜 기간에 걸친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도태가 반복됨으로써 서로 다른 지역에서 수집된 벼 품종들은 형태적 ·생리적 특성 또는 잡종 제1대(F₁)의 임실률(稔實率)로 표현되는 성적 친화성(性的親和性) 등에 차이를 나타나게 되었음이 밝혀졌다.
1928년 가토[加藤] 등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품종들을 이용하여 조사한 결과 ① 같은 군(群) 안에서 교배하여 얻어진 잡종 제1대(F₁)는 완전한 임실률을 보였지만 서로 다른 군에 속하는 품종 사이에서 얻어진 F₁은 심한 불임성(不稔性)을 나타냈다([표 1]). ② 이와 같이 성적 친화성이 나쁜 품종군(品種群) 사이에는 현저한 형태적 차이가 있으며, ③ 이 두 가지 종류의 품종군은 각각 단백침출액(蛋白浸出液)에 의한 혈청반응(血淸反應)에서 서로 다른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재배하고 있는 벼를 일본형 품종군(日本型品種群 : Japonica type, O. sativa subsp. japonica)과 인도형 품종군(印度型品種群 : Indica type, O. sativa subsp. indica)의 두 아종(亞種)으로 분류하였다.
가토에 의하면 한국 ·일본 ·중국 북부지방의 재래품종은 일본형에 속하고, 인도 ·스리랑카 ·타이완 ·중국 남부지방의 품종들은 인도형에 속한다. 가토의 분류 이후 여러 일본 학자들에 의하여 벼 품종의 분류에 관한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중 마쓰오[松尾]는 1952년에 세계 각지의 벼를 수집 ·재배하여 많은 형태적 ·생리적 특성을 조사하여 벼 품종을 크게 A형 ·B형 ·C형의 3가지로 분류하였다.
이들 각각의 지리적 분포 중심지를 A형은 일본, B형은 자바, C형은 인도라고 하였는데,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와 중부 및 미국의 서부지방 품종들은 대부분 A형이고, 자바 ·필리핀 ·중국 북부 및 서부지방, 유럽 ·아메리카 대륙의 벼와 일본의 밭벼는 B형이며, 인도 ·인도차이나 반도 ·중국 남부지방 및 타이완의 품종들은 대부분 C형에 속한다고 하였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각 지역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품종군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불루와 군딜은 B형, 인도 벵골 지방의 아만 ·아우스, 스리랑카의 마위스, 인도네시아의 테레 등은 C형에 속하지만 A, B, C의 3가지 기본형이 각각의 지역 환경에 의하여 변형된 것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쓰오의 분류를 가토의 분류와 연관지으면 A형은 일본형, C형은 인도형에 속하나 B형은 이들과 다르므로 자바형이라고도 한다.
마쓰오가 품종분류의 기준으로 삼은 주요특성들은 11가지의 형태적인 형질로서 각 품종군의 생리적 특성 중 출수(出穗)특성의 차이는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출수에 관여하는 요인을 낮의 길이, 즉 일장(日長)에 대한 반응, 온도에 대한 반응 및 기본영양생장성(基本營養生長性)으로 구분하여 조사한 후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즉, 기본영양생장성은 B형>C형>A형의 순이고, 일장반응성은 A형>C형>B형의 순이며, 온도에 대한 반응은 일정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체로 일본형 벼는 키가 작고 분얼(分蘖)이 많으며, 쌀알은 짧고 둥글며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강하다. 또한 저온발아성(低溫發芽性)이 있어 온대지방의 고위도지방에서도 재배된다.
인도형 벼는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키가 작은 최신 품종이 출현하기 이전의 품종) 쌀알은 길며 일본형 쌀알보다 가늘고 끈기가 약하다. 또한 저온발아성이 약하며 온대 남부지역으로부터 열대기후에 알맞다. 한편 자바형 벼는 키가 크고 분얼이 적으며 쌀알은 약간 둥글고 크며, 끈기는 인도형보다는 강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