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면 모양은 왜 다를까요?
라면을 끓이려고 보면,
안성탕면, 진라면 등 어떤 라면은 면이 네모 모양이기도 하고
신라면, 사리면 등 어떤 라면은 면이 둥근 원 모양이기도 합니다.
라면마다 왜 모양이 다른걸까요?
특졀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네모난 형태는 효율성이 높습니다. 각지고 평평해서 높게 쌓아올리기 좋았죠. 세로로 포장할 때도 편합니다. 다만 소비자들에게는 썩 맘에 드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1인용 냄비의 지름에 비해 라면은 너무 컸습니다. 반으로 쪼개거나, '반신욕'을 시켜 면을 풀어주고 나서야 제대로 끓일 수 있었죠. 유통 과정에서 모서리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라면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여기서 농심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농심은 1981년 사발면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컵라면 사업을 시작합니다. 농심은 이를 활용해 1982년 국내 최초의 둥근 봉지 라면 '너구리'를 내놓습니다. 주된 인기 요인은 차별화된 '통통한 면발'이었지만, 조리하기 편한 형태도 힘을 보탰죠. 경쟁사들도 너구리의 성공에 주목하지만, 형태를 바꾸진 않았습니다. 왜였을까요.
비용 부담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부분 라면 제조사들은 네모난 라면을 만드는 생산 라인만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둥근 봉지 라면을 만들려면 공장을 사실상 새로 지어야 했죠. 때문에 둥근 면은 한동안 농심만이 만들 수 있는 '상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컵라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나서야 타 제조사도 둥근 면 제조 역량을 갖출 수 있었죠. 하지만 이 때는 농심이 '벽'이 됩니다.
농심은 2009년 사출면 제조 관련 특허를 따냅니다. 이 특허에는 면 모양을 둥글게 성형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었죠. 타 제조사가 둥근 면을 봉지라면에 적용하려면 이 특허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둥근 면의 확산이 다소 늦어졌죠. 삼양식품이 삼양라면을 둥근 면으로 리뉴얼한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리뉴얼 이후 다양한 제품을 둥근 면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두 형태의 공정 차이는 있습니다. 둥근 면에는 '수화공정'이 적용됩니다. 수화공정은 뜨겁게 찐 면에 찬물을 뿌려 원형 틀에 잘 주입되도록 하는 공정입니다. 이를 통해 면의 쫄깃한 식감을 높일 수 있죠. 다만 네모난 면도 배합비나 제조 공정이 둥근 면과 달라 식감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과거와 달리 생산 방법도 개선됐기 때문에 현재는 제조 비용 차이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둥근 면은 보다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둥근 면이 조리하기 편한 게 사실인데 말이죠. 실제로 오뚜기나 팔도는 아직 대부분의 봉지 라면을 네모난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괜히 면의 형태를 바꾸었다가 소비자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안성탕면을 둥근 모양으로 바꾼다면, 자주 먹던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중량이 줄었다고 착각할 수 있어 스테디셀러 제품의 디자인을 섣불리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