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소원 소아청소년과 의사입니다.
흔히 겁이 많은 것을 미숙한 감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사실 겁을 내는 것은 아이가 한 계단 더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속담에 있듯이 이제 범을 무서워할 줄 아는 상태가 되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겁내는 아이를 모른척해야 하나면 물론 그렇진 않습니다.
사실 아이는 겁이 나는 동안 굉장한 스트레스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먼저, 겁이 나는 대상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시면,
TV에서 봤던 것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책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상상에 의한 것인지
(또, 혹시 외부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때, 무조건 그런 건 거짓말이야, 그런 거 없어...
라고 하시기보다는
<어떻게 확인하면 안심이 될 거 같아?>라고 먼저 물어봐 주세요.
그래서, 아이가 제시하는 방법을 가능한 따라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옛날에 밤에 놀면 뱀이 나온다는 할머니 말씀에 굉장히 겁에 질렸던 적이 있어요
일주일간 잠도 설칠 정도였습니다.
결국 부모님께 고백하자 그날 밤새 모든 장롱 아래와 구석구석에 손전등을 비춰서
뱀이 없음을 두 시간 남짓 제게 확인시켜줬답니다.
이 안전한 느낌은 제가 평생 간직할 보물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겁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부모님의 생각을 조금 바꿔보시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감정이 적절하지 못하다거나 부모님께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면
향후 아이와 부모님과의 신뢰관계에 나쁜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아이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느낌을 계속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감정도 부적절하지 않으며
늘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만큼
아이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육아에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