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현행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각기 온건 새대부와 급진 사대부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둘 사이가 갈라진 결정적인 차이는 결국 새 왕조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고려를 유지한 채 개혁할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정몽주는 후자의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유학자로서 충신불사이군 즉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확고한 뜻이 있었기에 조선 건국에 참여하지 않고 낙향해 후학을 가르치는 데 힘씁니다. 길재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들의 후예가 사림이고, 결국 붕당정치를 하고 중앙정계를 장악하게 되지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도전은 조선 개창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의 설계자였습니다. 재상정치를 주장하다 이방원에게 죽음을 당하죠. 왕조 개창 세력의 급진 사대부들은 조선초 권세를 누리게 되고 이들은 사림에게 훈구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네 차례의 사화로 사림에 타격을 주지만 도덕성과 명분을 앞세운 사림에게 패배해 중앙정계를 빼앗기게 됩니다. 이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