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제국 발해가 15일 만에 멸망한 것은 믿기지 않는 엄청난 사건이지만,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내부적 갈등이 극심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피지배층이었던 흑수, 달고, 보로국 등이 이탈하여 제국의 질서가 붕괴되고 있었고, 정치적 내분으로 인해 망명자들이 속출하여 거란이 아닌 누가 공격하였어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발해는 선왕 시대에 가장 융성하였으나 그 후 총명한 임금이 나타나지 아니하고 또 왕족과 귀족 등 지배 계급이 모두 문약하여, 고구려의 전통적 상무 정신을 잊어버리고,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며 안일과 사치를 탐한 까닭에 국력이 점점 쇠약하여졌습니다. 그런데 끝 임금 인선왕 때에 발해 서쪽 동몽고 지방에 있던 거란족의 추장 야율아보기[요나라 태조]가 나타나 거란의 여러 부족을 통일하고, 발해로 쳐들어와 서울 홀한성[동경성]을 함락하고, 인선왕을 사로잡아갔습니다. 이것이 인선왕 25년(고려 태조 천수 9년 서기 926), 발해는 15왕 229년 만에 멸망하였으며, 이로써 우리는 동명고강을 영영 잃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