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은 표면에 잘 달라붙기 위해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두께의 얇은 액체막을 이용한다. 곤충들은 단순히 한 종류의 액체 성분을 내놓는 게 아니라 두 종류의 액체 성분을 분비한다. 한 종류는 상대적으로 양이 많으며 기름 성분으로 며칠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존재했다. 다른 종류는 양도 적고 휘발성이 강한 물과 같은 성분이었다.
연구자들은 곤충이 분비하는 액체가 ‘빙햄유체(Bingham fluid)’라고 설명한다. 빙햄유체란 미국의 화학자 유진 빙햄이 특성을 수식화한 유체로 가만히 놔두면 고체처럼 탱탱하지만 힘을 주면 액체처럼 흐른다. 빙햄유체의 이런 특성은 액체에 분산돼 있는 작은 입자가 약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힘을 주지 않으면 이런 약한 힘으로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힘을 주는 순간 네트워크가 깨져 액체가 된다. 곤충의 발이 분비하는 액체에서 미세한 물방울이 작은 입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 결과 파리는 가만히 있을 때는 액체가 고체화돼 벽에 붙어 있지만 날려고 벽 반대쪽으로 힘을 주는 순간 점성이 낮은 액체가 돼 쉽게 떨어진다.
참조 : 과학동아 / 이미지 : Micrographia, 실험생물학저널, Thomas Endlein, Walter Feder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