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가양 대표변호사 부석준입니다.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인 일기장을, 그것도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이 몰래 훔쳐보고 소문까지 냈다는 사실에 얼마나 큰 배신감과 수치심을 느끼셨을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이미 인지하고 계신 명예훼손과는 별개로 '가방에서 일기장을 꺼내 훔쳐본 행위 그 자체'에 대해 궁금해하셨는데, 안타깝게도 해당 행위만으로는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어려워 형사 처벌을 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지만, 우리 형법에는 타인의 물건을 잠시 몰래 보고 돌려놓은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명확한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의 비밀을 뜯어보는 '비밀침해죄'가 성립하려면 편지나 문서가 자물쇠로 잠겨 있거나 봉투에 밀봉된 상태여야 합니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일반적인 수첩이나 잠금장치가 없는 일기장을 꺼내서 펼쳐본 행위는 법적으로 '봉인된 비밀'을 파손하고 본 것이 아니기에 비밀침해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졌으니 '절도죄'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남의 물건을 내 것처럼 가지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친구가 일기장을 보고 다시 가방에 넣어두었다면 이는 법적으로 '사용절도(잠시 쓰고 돌려줌)'에 해당하는데, 현행법상 자동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단순한 사용절도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만약 일기장을 찢거나 아예 가져가 버렸다면 재물손괴나 절도가 되지만,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면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훔쳐본 행위' 자체를 형사 처벌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교내에서 친구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험담을 퍼뜨린 행위는 명백한 '학교폭력(사이버 따돌림,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요청하여 교내 봉사나 출석 정지 등의 징계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입니다. 또한 형사 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불법행위에는 해당하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친구가 내용을 떠벌린 행위는 '명예훼손죄'가 명백히 성립하므로 이 부분을 핵심으로 하여 형사 고소를 진행하시는 것이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