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수려한집게벌레191
오래된 책이 황변하는 원인이 종이 제조 시 포함된 '리그닌'이라는 복합 방향족 유기 고분자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되는 과정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오래된 책이 황변하는 원인이 종이 제조 시 포함된 '리그닌'이라는 복합 방향족 유기 고분자 때문이라는데, 어떻게 되는 과정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2개의 답변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오래된 책의 종이가 누렇게 변하는 것은 말씀해주신 것처럼 리그닌 때문인데요, 이 리그닌이 빛이나 산소, 열, 습기와 반응해 색을 띠는 분해산물을 만들기 때문에 종이의 황변이 발생하게 됩니다. 리그닌은 식물, 특히 나무의 세포벽에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방향족 고분자인데요, 구조적으로는 페닐프로판 단위들이 불규칙하게 연결된 3차원 망상 고분자입니다. 리그닌은 벤젠고리와 메톡시기, 하이드록실기 등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방향족 구조가 빛과 산소에 반응하기 쉬운 성질을 갖습니다. 종이를 만들 때 목재에서 셀룰로오스를 분리하지만, 저가의 종이나 신문지, 일부 책 종이는 제조 비용과 생산성 때문에 리그닌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오래된 책, 특히 과거 대량 생산된 책들은 리그닌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시간이 지나며 황변이 잘 생깁니다.
황변의 핵심은 광산화와 자동 산화입니다. 햇빛이나 형광등의 자외선과 청색광이 리그닌 분자의 결합을 자극하면 전자가 들뜨고, 일부 결합이 끊어지면서 페녹시 라디칼 같은 반응성 중간체가 생성되며, 이 라디칼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여 알데하이드, 케톤, 카복실산, 퀴논류 같은 산화 생성물을 만듭니다. 이 물질들 중 상당수는 공액 이중결합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흡수합니다. 원래 종이는 빛을 대부분 반사하므로 하얗게 보이는데요, 리그닌 분해로 생성된 퀴논류나 공액계 화합물은 파란빛 영역을 더 많이 흡수하고 노랑~갈색 계열 빛은 상대적으로 반사합니다. 그래서 사람 눈에는 종이가 노랗거나 갈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광산화 함께 과거 종이 제조에는 황산알루미늄과 로진 사이즈 같은 산성 공정이 널리 쓰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종이 내부 pH가 낮아지고, 산은 셀룰로오스의 글리코시드 결합을 가수분해하여 종이를 약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오래된 책은 누렇게 변할 뿐 아니라 바삭해지고 잘 부서지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습도 변화는 가수분해와 곰팡이 위험을 높이는데요, 공기 중 오존,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도 산화 반응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가에 둔 책이 책장 안쪽 책보다 더 빨리 누래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충흔 전문가입니다.
종이가 시간이 흐르며 누렇게 변하는 현상은 나무의 성분 중 하나인 리그닌이 빛과 산소를 만나 화학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셀룰로오스는 무색투명에 가깝지만, 나무를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리그닌은 복잡한 탄소 고리 구조를 가진 유기 고분자로 빛에 매우 민감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책이 햇빛의 자외선이나 형광등의 에너지를 흡수하면, 리그닌 분자 구조 내의 결합이 끊어지면서 반응성이 강한 상태가 됩니다. 이때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퀴논이라는 새로운 화합물이 생성됩니다. 이 퀴논 화합물은 가시광선 영역 중 푸른색 계열의 빛을 흡수하고 노란색이나 갈색 빛을 반사하는 특징이 있어 우리 눈에는 종이가 변색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특히 신문지처럼 제작 공정에서 리그닌을 제거하지 않은 저렴한 종이는 변색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반면 고급 서적은 화학 처리를 통해 리그닌을 대부분 제거한 펄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얀 상태를 오래 유지합니다. 결국 책의 황변은 종이 속에 남겨진 나무의 흔적이 빛과 공기에 의해 서서히 타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빛을 차단하고 습도가 낮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