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작할 때 "아니.."라는 말을 붙일까요?
친구랑 대화하다가 종종 게임같은 느낌으로 외국어 사용하지않고 대화하기나 혹은 특정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말하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엔 "아니"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쉬워보였는데도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말 시작할 때 이 아니라는 말을 해야되는데 안되니깐 뭔가 말의 느낌도 제대로 안살면서 살짝 간질간질하더라고요.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거의 모든 문장을 "아니,"로 시작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닌데도, 그냥 습관처럼 튀어나오더라고요.
왜 우리는 이렇게 '아니'라는 말을 추임새처럼 사용하는 걸까요? 특별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시간을 벌기 위한 용도인지, 아니면 뒤에 나올 말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음 같은 건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기준 전문가입니다.
질문 주신 쓰임으로 본다면 한국어 구어체에서 '아니'는 '감탄사'로 직관적으로 우리가 아는 No의 뜻이 아니라, 놀람 & '그런데' 등과 함께 사용되면서 전환의 의미를 가지는 접속사의 성격도 있습니다. 공식적 품사로는 놀람, 의아, 강조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감탄사입니다. 접속사는 아니지만 접속사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앞의 대화에서 분위기를 바꿔 전환하는 용도로도 쓰이기에 그러한 성격으로도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신필욱 전문가입니다.
언어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많이 추세가 바뀌거나 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에서도 You Know, 이런 말을 꼭 쓴다음, 생각을 이야기한다거나 이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서구화된 체로 가는 경향의 일부일수도 있겠습니다..
: 한 예로, 과거의 TV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외래어 원어를 지금처럼 많이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한글로 풀어서/번역어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고 하겠죠~!!!!
안녕하세요. 박에녹 전문가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을 시작할 때 '아니'를 자주 쓰는 이유는 단순한 부정의 의미보다는 말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일상대화에서 '아니'는 꼭 상대방 말을 부정하지 않아도 놀람, 당황, 황당함, 강조, 어색함 해소 같은 다양한 감정표현으로 쓰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는 놀람과 당황함의 의미로 '아니 진짜 너무하네.'는 분노와 강조로 '아니 그냥 한번 해봤어'는 어색함, 회피, 변명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언어적 습관이자 담화 표지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의 톤을 조절하거나 감정을 실어 말할 수 있게 해주는 표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손용준 전문가입니다.
아니 라는 말은 부정어 의미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강조를 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 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는 " 근데" 솔직히" " 진짜" 정도가 있는데 아니도 이러한 단어와 비슷한 의미 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니라는 말은 대화의 흐름을 조절 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를 형성 하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사어 라고 할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민수 전문가입니다.
‘아니’라는 말은 부정을 나타내는 부사나 감탄사 이외에 어떤 사실에 놀라워하거나 의아할때 쓰이는 감탄사의 용도와 어떤 사실을 강조하는 부사로도 사용됩니다.
질문자께서는 상대방의 말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지 않고 사용한다 말씀하셨으므로, 위에 언급한 마지막 용법, 즉 뒤에 이어질 본인의 말을 강조하는 의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국어원 답변에서도 이는 확인이 되는데 국어 사전의 용례를 들어 ’아니‘를 (강조)부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용한 용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이것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죽어도 못하겠다”
“아침까지만 해도, 아니 점심 먹을 때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던 집 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박경리, 토지>
따라서, 부정이나 남의 탓을 하기전에 사용하는 의도가 없다면, 국어 사전적인 의미로는 위의 설명이 가장 적합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말을 시작할때 (부정의 의미 없이)사용되는 ‘아니’라는 부사는 위에 설명한 (강조)부사의 용법만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합니다.
본인의 말을 강조하려는 (강조)부사의 의미에 더하여, 말을 시작 할 때 주의를 끌고, 부정적 뉘앙스의 단어를 말의 시작에 배치하여 본인의 말과 생각이 (기타 다른)의견보다 맞다는 강조점을 두려는 숨은(무의식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언중이 단어를 선택해서 의사소통을 할 때, 모든 단어를 사전적 정의에 근거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에 따라 의미가 전용되고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곤 합니다. 이는 당연한 현상이고 어느 사회나 시대에도 적용되는 양상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전적 의미와, 국립국어원의 인용문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다른 전문가분들의 의견도 모두 잘 읽어보시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