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용수 경제·금융전문가입니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초인플레이션은 1920년대 초 독일에서 발생하는데 1921년 6월부터 1924년 1월 사이에 독일은 급격한 물가상승을 겪었습니다.
이 초인플레이션의 마지막 1년 동안은 연간이 아닌 월간 물가상승률이 300%를 웃돌았습니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독일의 물가는 무려 10억 배 가량 상승했습니다.
1923년 11월 1일 빵 1파운드의 가격은 30억 마르크였으며, 소고기 1파운드의 가격은 360억 마르크였습니다.
이유에 대하여 몇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제1차 세계대전(이하 1차 대전)의 배상금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입니다.
1차 대전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 1919년 패배하고, 승전국들은 패전국인 독일에게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부과했습니다.
1차 대전 강화조약인 베르사이유 조약에서 승전국은 2,250억 마르크의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아 배상금 협상은 2년 가까이 계속되었습니다. 협상결과 1921년 5월 배상금 총액은 1,320억 마르크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상금이 마르크가 아니라 금이나 외환으로 지불되어야 한다는 점인데요, 따라서 환율절하로 마르크의 가치가 하락하면 배상금의 명목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