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월대보름 아침에 먹는 음식은?
안녕하세요. 김동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정월대보름에는 쌀밥이 아닌 오곡밥을 먹었습니다.오곡, 즉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다. 대보름엔 아홉 가지 나물에 아홉 번 밥을 먹고 나무 아홉 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 집 이상의 성이 다른 사람 집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한다.정월대보름날은 오곡에 보통 먹는 멥쌀 대신 찹쌀을 넣는다. 찰밥은 멥쌀밥보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차진 기운이 많아 소화도 잘 된다. (卷 第一) 사금갑조(射琴匣條)에 보면 신라 제 21대 소지왕(炤智王)이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을 때 날아온 까마귀가 왕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보름날 까마귀를 위하여 제사를 지내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정월대보름을 「까마귀 제삿날(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사를 지냈다고 전한다.복쌈(복리:福裏)은 대보름날에 취나물이나 배추 잎, 혹은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말한다. 복쌈은 여러 개를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이 높이 쌓아서 성주님께 올린 다음에 먹으면 복이 온다고 전한다. 동국세시기에는 보면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대보름날 아침에 웃어른께 데우지 않은 청주를 드시게 하여 귀가 밝아지길 바라며 또한 일 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기 기원하였는데 이를 '귀밝이술(이명주:耳明酒)'라고 한다.봄이 오면 풀과 나무 그리고 온갖 동물들이 힘찬 도약을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몸이 나른하고, 자꾸 졸리며, 입맛도 없어져 공부나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겨우내 푸른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우리 몸은 부신피질호르몬(항(抗) 스트레스 작용을 함)을 만들어내는 비타민이 거의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게다가 날씨가 따뜻해져서 갑자기 체온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피부혈관이 확장돼 피가 살갗 쪽으로 몰리면 자연히 내장의 피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소화액의 분비도 떨어져 식욕부진이 생기는데 이게 ‘춘곤증’이라고 한다.이 때 우리는 자연에게서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복이 있다. 새봄이 오자마자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온 들판에는 파릇파릇 온갖 나물이 자라기 시작한다. '한국민속문화대백과사전'에서 보면 요즘 우리가 먹는 나물은 산나물 96종류, 들나물 60종류, 재배채소 23종류에 달한다고 전한다.종류가 많은 만큼 며느리밑씻개, 파드득나물, 소리쟁이, 엘레지, 쑥부쟁이, 광대수염, 족두리풀 등 이름이 소박하고 재미있는 것이 많으며, 지금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나물은 달래, 취, 냉이, 씀바귀, 돌나물, 미나리, 두릅, 원추리, 더덕 등 수십 가지다. 먹는 방법도 다양해 쌈으로 먹는가 하면 살짝 데쳐 볶거나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무치기도 한다. 곡물가루와 섞어 전을 부치거나 적으로 꿰고 튀김도 한다. 생채, 김치로도 해먹고, 국, 찌개, 전골에도 넣는다.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기 위한 우리 조상들의 나물먹기는 슬기로움의 산물이 아닐까? 나물은 우리의 몸의 변화 때문인지 더욱 맛있고 신선하다. 우리의 식탁에 봄의 향기를 수놓는 나물의 잔치를 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