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지애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음악(音樂)은 청각의 전유물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감각의 고차원적 경험이다. 거장 베토벤은 이를 증명한 첫 번째 악성이다. 그는 청력을 상실한 채 '장엄 미사' '대푸가' 같은 걸작을 썼다. 음악의 역사가들은 베토벤을 "청각 장애를 극복한 초인적 작곡가"로 칭한다. 베토벤을 평생 연구해온 음악학자 로빈 월리스는 이 같은 '영웅서사'에 반론을 제기한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 입장에 서보지 않고 막연히 그의 업적을 과장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월리스는 신작 '소리 잃은 음악-베토벤과 바버라 이야기'를 통해 청각장애인 입장에 서서 베토벤을 새롭게 조명한다. 제목에 담긴 '바버라'는 청력 장애를 앓은 아내의 이름이다. 뇌종양 방사선 치료를 받았던 그의 아내는 겨우 44세에 소리를 듣는 방법을 잃었다. 그녀가 촉각과 시각을 활용해 청각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는 '귀먹은 음악가' 베토벤을 새롭게 사유하기 시작했다. 저자가 책의 내용을 두고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자평하는 이유다.
출처: 매일경제 청각장애에 맞서지 않고 껴안은 `악성` 베토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