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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참매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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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번역하는 사람은 자기가 해석한대로 약간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나요?

한강 책이 한글을 영어로 번역한 그 번역가의 덕을 많이 보았다고 하는데요... 책을 번역하는 사람은 번역하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좀 다르게 바꾸기도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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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답변이 있어요!
  • 안녕하세요. 손용준 전문가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책을 번역 할 때는 번역가의 의견이나 개인적인 지식이 들어 가기도 합니다. 번역가의 창의적인 능력이 요구 되기에 번역을 우리는 제 2의 창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AI 가 접근 하기 어려운 부분 이기도 합니다.

  • 안녕하세요. 김민수입니다.

    번역가의 번역시, 재량의 정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데보라 스미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했을 당시 많은 학자들이 오역을 지적하면서 원본을 왜곡하고 한국문학을 배신했다는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에서 통용되던 번역의 개념이 원본 중심심주의, 직역의 풍토가 심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데보라 스미스는 '훌륭한 한국 문학을 번역한다면, 번역은 훌륭한 영문학 작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단어난 문법에 대한 충실 보다는 더 넓은 의미의 충실성, 즉 원본의 예술성과 작품성, 원본을 읽는 독자의 읽기 경험에 대한 충실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역으로, 외국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됩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머리말에 "「두시언해」가 단순한 번역 문학이 아니고 당당한 우리의 고전이듯이 우리말로 옮겨 놓은 모든 번역 문학은 사실상 우리문학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외국 문학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현실, 우리의 세대에 맞게 번역을 새롭게 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고, 이는 번역이 단순히 직역이 아닌 문학의 창조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토옙스키의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도 못한다"라는 말은 시대 마다, 세대 마다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만약, 번역이 원문을 그대로 해석해 옮겨놓은 것이라면, 구태여 시대 마다 새로운 번역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시대, 세대 마다 번역이 필요하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번역이라는 것이 번역 당시의 시대상과 그 시대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번역가마다 다른, 작품에 대한 인식을 반영해야 하고 그만큼 번역가의 재량이 크고도 중요하다라고 하겠습니다.

    「트와일라잇」시리즈는 초월 번역으로 유명합니다. 원작은 인기에 비해 작품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문장이 번잡하고, 유기적이지 못하며 문체 또한 유치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창조 수준의 이른바 '초월 번역'을 감행합니다. 이는 그 번역이 작품의 주제성과 일치하며, 작가의 의도와 방향성을 원문보다 더 훌륭하게 살려내었기 때문에, 비판보다는 호평을 받았고,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는 번역이 단순히 글을 직역하여 옮겨 놓는 것이 아닌, 창작의 영역(작품의 주제성에서 벗어나지 않은)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또한, 어린이용 도서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사람 이름이나, 지명 혹은 우리에게 생소한 나무 이름이나 열매 이름 같은 것들도 우리 나라의 환경에 맞게 다르게 번역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고 찬반이 갈리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접근 방법은 작품의 주제성, 작가가 설정한 방향에 들어 맞아야 하며, 번역이 작품의 주제에 반하거나, 작가의 방향 설정에서 이탈하거나, 번역가의 의도적인 바꿈이 아닌 명백한 오역의 경우라면 지탄 받아 마땅한 일이겠습니다. 또한, 이는 문학의 경우이고 엄밀함과 정확성이 핵심인 학문적 글이나 논문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겠습니다. 전문 용어 하나를 잘못 번역히면 글 전체가 망쳐지는 경우가 있기때문입니다.

    만약, 50년 전의 셰익스피어의 번역본과 현재의 번역본을 비교해 본다면, 많은 차이점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번역이 직역이 아님을, 시대의 말과 사상을 반영하고, 작품에 대한 번역가의 인식과 주제성을 담아내는 하나의 창작행위임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번역가의 재량은 단순히 번역가의 마음대로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직역이 도리어 원작의 작품성을 해치거나 주제를 잘 담아내지 못한다면, 이는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읽기 경험을 방해하게 되는 것으므로, 독자의 읽기 경험을 위하여 번역가의 재량이 발동되는 것임을 또한 말씀드립니다.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서호진 전문가입니다.

    다르게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게 아니라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두 언어가 1:1로 대응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나오죠?

    이걸 어떻게 번역할까요? 서양에는 짜파구리도 너구리도 없는데?

    그냥 소리나는대로 쓸까? 짜파게피랑 너구리가 뭔지 각주를 넣어야 하나?

    기생충 번역가분은 이때 너구리가 우동처럼 굵은 면이란 점에 착안해서

    '라동(라면+우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한국소설에 매국노라는 단어가 나왔을때

    이걸 '국가 배신자'라고 번역할지 '돈에 미친놈'이라고 번역할지 맥락에 따라 다를 것이고

    영어권 영화에서 뚱뚱한 사람을 보고"fat chance"라고 하는 언어유희가 나왔을 때

    이걸 뜻을 기준으로 의역해야 하는지 직역해도 대충 의미가 통하길 바랄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자가 되려면 단순한 단어나 문법지식 뿐만 아니라

    양 국가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창의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 안녕하세요. 신필욱 전문가입니다.

    모든 번역이 글자그대로 하기에는 약간 읽는 사람이나 그 언어를 구사하는 사회입장에서 조금 어색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경우가 많습니다.

    : 실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편)의 2장에서 물(사실은 앨리스의 눈물)에 빠져 생쥐를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앨리스는 생쥐가 윌리암 공과 함께 프랑스에서 건너온 생쥐라고 추정하여 표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원본을 읽는, 영국독자의 입장), 이탈리아버젼에서는 이것이 나폴레옹과 함께 프랑스에서 건너온 생쥐다.. 라고 번역되어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그렇지 이탈리아사람들의 입장에서, 윌리암공이 이탈리아로 넘어온 적이 없는데 뭔가 어색하게 느낄까봐 이렇게 바꾼 것이 참 무릅이 탁 쳐지는 부분이라는 것이죠 (중세-근대에서 윌리암 - 나폴레옹은 모두 프랑스출신으로 영국-이탈리아 본토입장에서는 침략자/정복자인 셈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