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순기 인문·예술전문가입니다.
정도전은 성리학을 중심으로 조선조의 기틀을 확립해 나가면서 철저히 불교를 배척하였다. 일찍이 고려 초의 최승로(崔承老)나 고려 말의 이제현·이색 등도 불교를 배척하였지만, 그것은 사원의 폐해와 승려들의 비행에 근거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도전은 <불씨잡변 佛氏雜辨>·<심기리편 心氣理篇>을 저술하여 불교신앙의 허구성·미신성 및 불교이론 자체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불교를 비판하였다.
정도전은 불교의 비인륜성·반사회성 등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배척하였다. 불교도 중에는 기(器)를 버리고 도(道)만을 추구하여 사회를 멀리하는 고고(枯槁)·응체(凝滯)의 폐단에 빠지거나, 도와 기의 의미적 층차를 무시하고 아무 것에도 구애됨이 없고자 하여 창광방자(猖狂放恣)의 폐단에 빠지는 부류가 있다고 꾸짖는다.
또한 불교에서 윤회를 주장하여 현실을 벗어나 사후 세계를 논의하는 것도 비판하였다. 성리학이야말로 이러한 불교의 폐단을 시정하여 사회 윤리를 강화하고 국가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참된 학문(實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뜻에서 그는 성리학을 가리켜 “옛사람들의 덕을 밝히고 국민을 새롭게 하는 실학이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고려 시대의 국교인 불교를 비판하고 성리학으로서 국가의 통치 이념을 건립함에 따라 성리학은 관학(官學)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