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소원 소아청소년과의사입니다.
아이가 돈을 지갑에서 몰래 가져갔을때 느꼈을 부모님 복잡한 심경에 대해
정말 공감합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도벽>이라고 칭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도벽의 정의는 말그대로 습관적으로 돈을 훔치는 것인데
이는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가져가는 것이며, 또한 훔치는 행위자체를 즐겨할 뿐만 아니라
중독성을 가지고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먼저 열린마음으로 대처하시기를 당부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이가 가져간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무언가 하고 싶었다면 그 것이 게임이든, 물건이든, 아이는 <도벽> 즉, 훔치는 행위를
즐기기위해 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아이에게 <넌 도벽이 있다>라는 낙인은 심한 수치감과 자기비하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부모님께 무언가 들켰을 때 절대 용서받을 수 없겠구나 하는 확신을 심어주게 되어서
소통의 단절을 가져옵니다.
먼저, 아이가 필요한 것을 가지고 싶어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을 해주세요.
다만 훔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대안>도 주셔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경우 <칭찬스티커>를 나이와 상관없이 활용하시라고 권하는데요.
스티커는 꼭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시고
모으는 갯수에 따라 보상을 약속하시면 어떨까요.
스티커가 뭐 대단하냐 생각하시겠지만, 요즘 유명한 포켓몬 빵만 보셔도
얼마나 영향이 큰지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많이 모으면-예를 들어 5개 이상 모으면- 스티커를 서비스로 하나 더 준다든지
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복리> 및 <이자>효과를 느끼게 하실 수도 있어요.
이는 유명한 책인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참고 인내하며 장기적인 행복을 꿈꾸게 하는 효과도 있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법으로 좀더 긴시간을 들여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삶에 있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습관과 더불어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올바른 방법을
체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만, 아이가 정말로 습관적으로 중독성을 가지고 훔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이는 꼭 소아신경정신과로 내원해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이 또한 단순한 혼내는 훈육으로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모쪼록 아이를 믿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마음이 오롯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길 기원합니다.